메이저리그 당대 최고의 투수로 칭송받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데뷔 10년 만에 대망의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게 됐다.
다저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커쇼의 호투와 홈런 3개와 7타점을 터뜨린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맹타를 내세워 11대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다저스는 오렐 허샤이저와 커크 깁슨이 이끌었던 1988년 이후 29년만에 우승을 노리게 됐다.
다저스는 1988년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10번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우승은 커녕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승 없이 10회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른 팀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저스가 처음이었다. 지난해 시카고 컵스가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한(恨)'을 풀었지만, 다저스가 1988년 이후 10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오르고도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한 것 역시 징크스로 불릴 만했다.
그러나 올시즌 다저스는 역사적으로 꼽힐 만한 페넌트레이스를 달려온 끝에 30개팀 중 최고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우승 희망을 부풀렸다.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3승으로 가볍게 제친 뒤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지난해 우승팀 컵스를 만나 5경기 만에 시리즈를 종료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을 향한 행보에 커쇼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매 시리즈 1차전에 커쇼를 기용하기 위해 정규시즌 막바지 로테이션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커쇼는 지난 7일 디비전시리즈 1차전서 6⅓이닝 5안타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정규시즌의 위력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았다. 리그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도 5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제몫을 하며 5대2 승리를 이끈 커쇼는 이날 5차전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올렸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아직 한 번도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 적이 없다. 다저스가 지난 28년 동안 월드시리즈에 오르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커쇼는 포스트시즌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리그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4이닝 10안타 7실점한 적이 있고, 2014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도 세인트루이스에 6⅔이닝 8안타 8실점으로 당했다. 지난해 컵스와의 리그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는 5이닝 7안타 5실점으로 패전을 안아 월드시리즈 문 앞에서 주저앉았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8경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2.36에 3차례 사이영상 커리어를 감안하면 커쇼가 가을야구서 부진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날 월드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직후 커쇼는 MLB.com 등과의 인터뷰에서 "결혼해서 아이들을 얻은 이후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다"면서 "우리 개인들의 능력은 참으로 위대하지만, 마지막 날에는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우승한다면 은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우 특별한 우승, 하지만 당연히 주어진 것은 아니다"며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다저스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1988년 태어난 커쇼가 '무관의 제왕'이란 반갑지 않은 타이틀을 벗어던질 수 있을 지 25일 시작되는 월드시리즈가 기다려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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