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을 지배하는 변수는 '실책'이었다. 큰 경기의 중압감 때문에 나오는 실수가 경기 흐름에 치명적인 악재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타구가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유격수 자리에서 종종 사고가 벌어지곤 한다. 올해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두산 유격수 류지혁의 송구 실책이 패배의 시발점이 된 바 있다.
과거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14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전적 2승2패로 맞선 두 팀의 5차전이었다. 넥센은 9회초까지 1-0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나바로의 타구를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잡았다가 놓치는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결국 나바로가 1루에 살아나갔고, 박한이의 삼진 이후 채태인의 안타로 된 2사 1, 3에서 최형우의 극적인 2타점짜리 역전 끝내기 2루타가 터지며 삼성이 결국 승리를 잡았다. 이 역전승이 결국 삼성 우승의 발판이 된다.
2009 한국시리즈에서는 더 극적이었다. 전적 3승3패로 맞선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최종 7차전. 1-5로 뒤지던 6회말 KIA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김원섭이 친 깊은 타구가 SK 유격수 나주환의 글러브 끝에 맞고 튀었다. 나주환이 다시 잡아 송구했지만, 김원섭이 먼저 1루를 밟았다. 불규칙 바운드에 의한 내야안타. 실책은 아니었지만, 위치 선정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결국 김원섭의 출루 이후 나지완이 2점 홈런을 치며 KIA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리고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솔로홈런이 터지며 KIA가 우승컵을 품에 안는다.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만나게 된 한국시리즈에도 이런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양팀의 유격수 포지션 상황이 100%가 아니라는 게 새로운 변수다. 두산은 주전 유격수였던 김재호가 시즌 후반 어깨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백업 류지혁이 대체 주전을 맡았다. 그런데 정규리그에서 안정적이던 류지혁이 플레이오프에서 흔들렸다. 때문에 김재호의 한국시리즈 출격 여부가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KIA에도 변수는 있다. 정규시즌 타격왕을 차지한 김선빈의 발목 상태가 걸린다. 정규시즌 종료 후 팀 훈련 중 미세한 통증이 생긴 적이 있다. 다행히 병원 검진에서 이상은 안나왔지만, 경기력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말란 법은 없다. 김선빈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면 대수비로 고장혁이 있는데, 과연 큰 경기 중압감에 흔들리지 않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팀 타격 저하 문제도 걸린다. 다소 개운치 않은 상태로 맞붙게 된 두 팀의 유격수 대결, 과연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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