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런 사이다 여주인공은 처음이다.
KBS2 월화극 '마녀의 법정'의 정려원 얘기다. 정려원은 극중 마이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그는 까칠하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인 듯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불의를 참지 않는 사이다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24일 방송분은 이런 마이듬의 이중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회차였다. 마이듬은 여진욱(윤현민)과 공조해 아동 성폭행범 최현태(이명행)를 추격했다. 그는 최현태가 칼을 겨누자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 여진욱을 밀쳤지만, 결국 자기 꾀에 걸려 자상을 입었다. 그러나 동료들의 칭찬에 모두 계산한 선행인 듯 당당한 태도를 보였고, 여진욱에게는 병수발을 들게 했다. 그러다 여진욱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 여진욱의 자상한 면모에 끌린 것. 퇴원한 뒤에도 여진욱이 자신을 찾아오자 마이듬은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나 짝사랑 하는 것 안다. 여검 마음 받아줄 준비 됐다"며 뽀뽀를 감행했다.
분명 여진욱 입장에서 이러한 마이듬의 독단적인 행동은 민폐에 가까울 터다. 또 장르물에 로맨스 기류가 섞이는 건 최근 시청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마이듬의 일방 뽀뽀신에 웃음이 터졌다. 그만큼 마이듬을 연기하는 정려원의 사랑스러움이 잘 묻어났기 때문이다.
정려원은 여주인공 캐릭터 특유의 내숭을 버렸고 예쁜 척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슬랩스틱과 시원한 맥주 먹방부터 푼수기 가득한 자뻑 연기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덕분에 자기 밖에 모르고 세상 똑똑한 척 혼자 다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마이듬의 반전 매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연기는 정려원이 이제까지 브라원관에서 잘 보여주지 않던 장르라 눈길을 끌었다.
정려원은 2002년 영화 '긴급조치 19호'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뒤 '내 이름은 김삼순', '샐러리맨 초한지'를 대표작으로 남겼다. 그래서 대중에게 정려원의 이미지는 패셔니스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청순한 첫사랑, '샐러리맨 초한지'의 까칠하고 도도한 백여치 정도로 각인됐다. 하지만 사실 정려원은 '똑바로 살아라'와 '안녕, 프란체스카'와 같은 시트콤으로 연기에 시동을 건 케이스다. 그만큼 유쾌하고 발랄한 코믹 연기에도 강점이 있다는 뜻. 이번 마이듬 캐릭터는 대중에게 잊혀졌던 정려원의 유쾌한 러블리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에 '마녀의 법정'은 또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방송된 '마녀의 법정'은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10.2%)보다 0.8%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사랑의 온도'는 6.5%, 7.6%, MBC '20세기 소년소녀'는 3%의 시청률에 그쳤다.
반전 연기력과 흥행력까지 입증하면서 정려원의 연말 연기대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없던 캐릭터인데다 그런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려내고 있는 만큼, 수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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