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었던 쓴소리와 개혁의 철학이 과연 빛을 발할까.
'야인' 김 호 용인축구센터 총감독(73)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9년 대전 감독직 사퇴 이후 8년 만에 K리그 현장으로 돌아온 그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축구사의 산증인 중 한 명이다. 1975년 동래고 감독을 시작으로 한일은행, 현대호랑이(현 울산 현대), A대표팀, 수원 삼성, 대전 등 40여년 간 현장을 누볐다. 야당을 자처하면서 축구 현안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외골수'라는 비난도 들었지만 '어른'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축구에 바친 열정과 신념에 대한 찬사다.
대전은 변화에 목말라 있다. 1997년 창단 이래 사장이 16명이나 바뀌었으나 줄곧 밑바닥이었다. 20주년을 맞은 올 시즌에는 이영익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났고 윤정섭 대표이사는 외풍에 시달리다 결국 사표를 던졌다. 챌린지(2부리그) 최하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치적 입김에서 벗어난 전문 경영인에게 구단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대전시 측은 '구단 재건을 위해선 비전문가보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문 경영인을 데려오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 하에 김 대표에게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총감독을 해보니 행정도 지도자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을 느껴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해보기로 했다"며 "축구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서로 화합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색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도자 출신 CEO'는 낮설지 않다. K리그 클래식 대구FC를 잔류로 이끈 조광래 대표이사와 승격에 도전하는 챌린지(2부리그) 최만희 대표이사가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지역 내 스폰서십 강화뿐만 아니라 숙원이었던 축구전용구장 건립 추진 등 여러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대표 역시 안정된 리더십과 구덕운동장에서의 홈경기 개최를 통한 바람몰이 등 부산이 올 시즌 호성적을 내는데 기여했다.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은 역시 선수단이다. 이 전 감독 사퇴 뒤 김종현 코치에게 감독대행 자리를 맡겼지만 올 시즌 챌린지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상황. 대행 체제가 길어진데다 윤 전 대표가 물러난 뒤 차기 사령탑 선임뿐만 아니라 내년 구상이 '올스톱' 됐다. 김 대표는 용인축구센터 시절 호흡을 맞췄던 이기범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 년째 이어져 온 흥행부진과 수익 감소로 바닥을 치고 있는 구단 재정 등 산적한 경영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앞으로의 숙제다.
한때 '축구특별시'로 불렸지만 이제는 눈물밖에 남은 게 없는 대전. 김 대표가 운명을 손에 쥐었다. 그가 40여년 동안 부르짖었던 개혁을 실천해 대전을 환골탈태 시킬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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