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임에도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홀수해마다 반복됐던 '전세 대란' 징크스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6일 기준 125.7로 집계돼, 2009년 2월 9일(122.4) 이후 약 8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200 범위에서 100이 수요와 공급 균형을 이룬 것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의미한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2013년 9월과 2015년 3월 각각 최고 수치인 200에 육박해 극심한 전세난을 기록했다.
2년 단위로 이뤄지는 전세계약 특성상 매년 홀수해가 되면 전세난이 극에 달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올해는 전세수급지수가 단 한 번도 160선을 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가 풍부한 강남의 전세수급지수는 6일 기준 141.2로 역시 2012년 7월 2일(141.0) 이후로 5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또한 한국감정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9월까지 0.5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2016년(1.34%), 2015년(5.34%)에 비하면 각각 반토막과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역시 올해 9월까지 1.81% 올라 2015년 같은 기간(7.78%)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2.05%)보다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9월까지 0.1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2004년(-0.09%)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할 때마다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돌아서게 돼 전세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지만, 현실은 반대가 된 셈이다.
이같은 전세시장의 안정세의 이유로 새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방법)'가 늘어난 점 등을 업계는 꼽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38만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입주 물량 29만3000가구에 비해 약 30% 많은 것이다. 특히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6505가구로 지난해(2만5887가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기도와 인천시의 입주 물량은 올해 12만7127가구, 1만6690가구로 지난해보다 각각 45%, 82% 늘었다.
또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일명 '갭투자'가 확산되면서 전셋값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갭투자는 주택을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세 만기가 되면 대부분 다시 전세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전세시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와 지방의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갭투자 전세물량도 있기 때문에 올해는 2~3년 전과 같은 전세난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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