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은 한국 축구 A대표팀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선수다. 경기 내외적으로나 유무형적으로 그렇다. 신태용 한국 축구 A대표팀 감독은 이러한 손흥민의 존재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손흥민의 경기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이런 저런 궁리를 한다.
신 감독은 지난 10일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2대1 한국 승)에서 1단계 '손흥민 시프트'를 실험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A대표팀에서 그동안 측면 공격수로 주로 뛰었던 손흥민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투톱 이근호와 짝을 맞춰줬다. 손흥민은 상대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다리 사이로 재치있게 차 넣어 선제골을 뽑았다. 그리고 반박자 빠른 기습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렸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포지션을 단 한 곳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기존 처럼 측면(4-2-3-1 포메이션에서 3의 왼쪽) 또는 투톱 중 한 자리, 그리고 원톱 등을 고려하고 있다.
손흥민 시프트(측면→중앙) 실험의 가장 큰 이유는 득점력 극대화다. 그동안 A대표팀엔 확고부동한 중앙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타깃형 김신욱, 폭넓은 움직임을 고려한 황희찬 황의조, 색깔이 모호한 지동원 이정협 그 누구도 성에 차지 않았다. EPL 토트넘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준 손흥민을 공간이 중앙 보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측면에 계속 기용하는 건 자원의 효율성 면에서 바람직 하지 않았다.
중앙으로 이동한 손흥민은 물 만난 고기 처럼 최전방의 중앙과 좌우 측면까지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직선 움직임이 좋은 이근호와의 동선이나 템포 조절도 손발을 맞춘 시간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그럼 신태용호에서 손흥민의 최적 포지션과 파트너는 누구일까. 신 감독은 14일 동유럽의 강호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오후 8시, 울산월드컵경기장) 때 손흥민을 다시 선발 기용할 예정이다. 포메이션을 사전 공개하지 않았지만 손흥민의 원톱 기용 가능성도 충분하다.
손흥민에게 원톱 포지션은 더 많은 자유로움과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그의 치명적인 무기는 EPL에서도 통한 빠른 스피드와 임팩트가 정확한 슈팅력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손흥민을 가장 앞선에 세우는 게 맞다. 그래야 그는 시야가 탁 트인 전방의 중앙 그리고 좌우로 맘껏 달릴 수 있다. 투톱일 경우는 파트너와 템포 간격 등을 눈빛으로라도 조율해야 한다. 또 슈팅의 기회도 투톱 보다는 원톱일 때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손흥민에게 주어지는 득점 부담도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손흥민을 2선에서 도울 수 있는 공격 도우미들은 콜롬비아전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권창훈과 이재성 그리고 이근호다. 이 3명은 비슷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명 모두 부지런히 움직인다. 또 손흥민에게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축구 센스와 지능이 있다. 그리고 상대 수비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어갈 줄 안다. 이 3명의 이런 능력들이 최전방의 손흥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룰 경우 상대 골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선 빠졌지만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등도 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기대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황희찬의 저돌적인 움직임과 강한 전방 압박, 경험이 풍부한 이청용의 센스있는 움직임과 패스가 골대를 향한 손흥민의 화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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