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가 없다. '캡틴' 구자욱(24)은 도쿄돔에서 실패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질문도 던질 수 있다. "과연 이것이 끝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아니오.". 비록 치욕적이더라도 참담한 실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노력을 몰라주는 게 서운하겠지만, 쏟아지는 거친 비난 여론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게 바로 '캡틴'의 숙명이다. 지금이야말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를 가슴에 새겨야 할 때다. 여기서 끝낼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결승전에서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숙적' 일본에 0대7로 완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만에만 1승을 거뒀을 뿐, 일본에 2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특히 '제1기 선동열호' 주장으로 선임된 구자욱은 중심타선에서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매우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중요한 건 현재보다 미래다. 애초에 이번 대표팀은 '결과'보다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선 감독은 '친선경기'의 성격이 짙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보다 많은 경험을 쌓고, 이를 통해 더 성장하길 기대했다. 와일드카드도 그래서 뽑지 않았다. 모두 이기고 우승한다면 좋겠지만, 지더라도 배울 게 있다고 본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1기 선동열호'는 '완생'을 꿈꾸는 '미생'들의 집합체였다. 그리고 구자욱 역시 수많은 '미생'중 하나다.
'미생'이 '완생'으로 거듭나려면 실패도 겪어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실패는 구자욱에게 오히려 좋은 보약이다. 사실 구자욱은 프로 데뷔 후 딱히 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다. 삼성 라이온즈 입단 첫 해인 2012년 2군에 머물 때도 '차세대 주전감'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이듬해 상무에 입단해서 두 시즌 동안 더욱 성장했다. 2013년에는 3할1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3할5푼7리로 남부리그 타격 1위를 기록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5년부터는 곧바로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1군 데뷔 후 매 시즌 3할대 타율에 140개 이상의 안타,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말 그대로'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해왔다. 나름의 노력과 고충도 있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성공가도만 달려온 셈이다.
이런 구자욱에게 야구팬들이 기대를 거는 건 당연하다. 구자욱 역시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팀 합류 전 개인 훈련도 했고, 팀 합류 후 타격감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배트를 돌렸다. 또 단단한 리더십으로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처음 맡는 '캡틴'의 중책을 훌륭히 수행했다. 이번 대표팀의 단합력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나빴다. 변명도, 좌절도 필요 없다.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중요한 건 구자욱과 그가 이끌 대표팀의 여정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에 상대한 일본 투수들은 앞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또 만날 수 밖에 없다. 이번과는 성격 자체가 다른 국제 대회다. 그때는 정말 지면 안된다. 그러려면 구자욱이 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만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련을 이겨내야 비로소 진정한 '완생'이자 '캡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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