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동아시안컵. 중국에게 0대3 참패를 당한 허정무호는 말 그대로 위기였다. 남아공월드컵 본선행을 앞두고 국내파로 구성된 A대표팀은 약체 홍콩을 잡았으나 중국에게 허망하게 무너지면서 비난의 표적이 됐다. 하지만 허정무호는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서 3대1 쾌승을 거두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일궜다.
신태용호의 모습은 허정무호의 데자뷰다. 중국전 패배와 같은 참패는 없었지만 중국, 북한을 상대로 얻은 결과가 만족스럽진 못하다.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꽃길을 걷고자 했던 신태용 A대표팀 감독에게 다가오는 한-일전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승부다.
7년간의 무승, 한-일전 패배는 악몽이었다
한-일전 승리는 2010년 5월 24일 '박지성의 사이타마 산책'으로 기억되는 2대0이 마지막이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중국 우한에서 펼쳐진 동아시안컵까지 3무2패(승부차기 패배는 무승부 처리), 5경기 연속 무승 중이다.
한-일전 패배의 여파는 어떤 지도자도 넘지 못한 거대한 파도였다. 5경기 연속 무승 중 일어난 두 차례 패배에서도 결과는 명확했다. 2011년 8월 10일 '삿포로 참사'로 명명된 0대3 패배는 조광래 A대표팀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의 경질 단초가 됐다. 2013년 7월 28일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전무)도 대회 최종전이었던 한-일전에서 패하면서 부담을 안았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의 한-일전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 앞선 결과가 단초가 됐다. 중국전에서 2-1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동점을 내준 뒤 끌려간데다, 북한전에서는 상대 자책골로 승리를 얻었다. '무패'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러운 성과가 아니다.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11월 A매치 2연전에서 간신히 반전에 성공한 신태용호는 또다시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남은 6개월의 분위기가 달렸다
파열음이 감지된다. 중국, 북한전을 마친 뒤부터 '전술적 미스'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본선 준비 과정이지만 '내용과 결과를 다 잡겠다'며 스스로 퇴로를 끊은 신 감독의 '미스'라고 볼 만하다.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는 없는 만큼 한-일전에서는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일전 패배는 신태용호의 남은 6개월에 악재가 될 만하다. 신 감독이 구상 중인 포백-스리백의 혼용부터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력한 조별리그 맞상대에 대처할 만한 전술적 지향점이나 구성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1월 말 내지 2월 초로 예정 중인 K리거들의 동계 소집훈련 요청 역시 여론의 화살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부진이 거듭될수록 힘을 보태야 할 상황에 부진했던 결과를 되새길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일전 패배는 3월 A매치 2연전, 5월 예비 소집 등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힘을 실어주자'는 공감대 형성에 적잖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해법은 '승리와 역전우승'
"(한-일전에 대한)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잘못 되면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신 감독은 한-일전 결과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대회 참가 전부터 한-일전 만큼은 무조건 잡는다는 구상을 해놓은 상태다.
더 이상의 실험은 없다. 중국, 북한전을 통해 전술 및 조직력을 시험했던 신 감독은 한-일전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북한전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6명을 교체하면서 로테이션을 가동한 부분도 체력적 부담을 줄이고 한-일전에서의 팀 운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승리 외엔 실패 뿐이다. 일본이 승점 6으로 1위, 한국이 승점 4로 뒤를 따르고 있다. 일본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일본은 중국과의 2차전에서 2대0으로 완승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북한전 1대0 승리에 이어 중국전에서도 무실점 승리를 안았다. 모든 득점이 후반 중반 이후에 나온 것도 인상적이다.
신 감독은 "일본의 안방에서 치르는 한-일전이다. 선수들이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강조할 것이다. 함께 본선에 나서는 일본과 멋진 경기를 하며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태용호는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 있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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