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홍명보호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던 알제리 대표팀은 최악의 분위기였다.
자국 언론마저 적이 됐다. 대표팀 구성과 운영, 감독의 전술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선 감독과 기자단이 충돌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알제리는 홍명보호를 상대로 4대2로 대승했고 결국 기립박수를 받았다. 당시 알제리 대표팀을 지휘한 이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었다.
한국 축구가 3년여 만에 다시 할릴호지치 감독과 맞대결에 나선다. 16일 오후 7시 15분 열리는 2017년 동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걸린 사실상의 결승전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3년 전(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은 적이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나선 팀 중 최강의 적이다. 단단히 준비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할릴호지치 감독은 낭트, 파리 생제르맹을 거쳐 은퇴한 뒤 여러 팀을 거쳤다. 2011년 알제리 대표팀 감독에 취임할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 16강에서 우승팀인 독일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 경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결국 트라브존스포르를 거쳐 일본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에 이르렀다.
구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할릴호지치 감독은 '여우'다. 팀 결속을 위해 외부 환경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 팀 내부에서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놓고 팀을 조련하는데 일가견을 보여줬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신태용 A대표팀 감독에게 할릴호지치 감독은 '벽'이다. 전술 운영 능력이 탁월하고 '강단'을 갖춘 할릴호지치 감독과의 맞대결은 신 감독의 현재를 평가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일본전에 아픈 추억이 있다. 올림픽팀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일본에 2-0으로 앞서다가 3골을 내주며 우승 트로피에서 멀어졌다. 완벽한 경기를 펼쳤으나 '오버페이스'를 하면서 결국 역저까지 내주는 결과에 그친 바 있다. K리그 성남 재임 시절 전술 운영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일본전에서 균열이 생겼다. 이번 일본전을 바라보는 눈길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올림픽팀에선)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가 중요했다. 우승에 크게 연연하진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결과도 중요한 대회다. 당시 패배를 계기로 경기 운영 경험을 쌓았다. 두 번 다시 실수를 범허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그림은 할릴호지치 감독의 전술 분석에 맞춰져 있다"고 일본전의 지향점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 아픔을 안겨준 할릴호지치 감독, 일본전에서 쓴잔을 들이켰던 신 감독의 맞대결이 흥미롭다. 과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웃는 쪽은 누가 될까.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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