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LG 트윈스) 4년 115억원,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4년 98억원, 황재균(kt 위즈) 4년 88억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4년 80억원, 민병헌(롯데) 4년 80억원. 몸값이 공개될 때마다 의구심이 돋는다. 과연 액면대로일까. 이미 축소발표, 과다 옵션계약, 세금 대납의혹, 4년 이상의 초장기 계약 의혹 등 시장을 둘러싼 소문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갈수록 가열되는 FA 시장이 자칫 리그 전체 질서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KBO 고위관계자는 20일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FA 계약이 좀더 투명해져야 한다. 구단들은 '자체 투자에 대해 상관하지 마라'는 입장이지만, 소문이 꼬리를 물다보니 시장이 더 혼탁해진다"고 말했다.
FA 협상을 에이전트가 컨트롤 한 지 수년째. 선수는 불편한 돈 얘기를 에이전트에게 맡긴다. 구단 역시 에이전트와 논의하는 것이 편하다보니 불법을 묵인해 왔다. 에이전트 제도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최근 대어급 FA 계약은 사실상 이면계약이 있다. 구단 프런트들도 굳이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너도 나도 하다보니 잘못이라는 인식도 덜하다. 구단이 직접 돈을 벌어 지출하는 구조가 아니라 모기업에서 지원을 받다보니(자생구단 넥센 히어로즈 제외) 금액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그룹에서 OK사인만 떨어지면 혈안이 돼 선수를 붙든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는 경쟁 관계인 구단들 사이에서 몸값을 최대한 올린다.
최근 계약한 고액 FA 중 한명은 사인을 하러 A구단 사무실에 왔다가 계약직전 전화를 받고 다음날 B구단과 전격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눈치작전은 더 치열한 이면계약을 낳고 있다. 선수들 사이에 만연한 그들만의 네트워크는 구단이 만든 효용성 대비 몸값 자료를 무력화시킨다.
유명무실해진 기준은 터무니없는 몸값을 조장한다. 지금은 선수들이 구단의 필요에 의해 예상보다 큰 돈을 받지만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몇몇 고액 선수들은 이것이 시장 논리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정보가 철저히 통제된 상황은 수요 공급 법칙 자체를 왜곡시킨다.
KBO리그 규약은 이면계약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규약 제6장, 39조 '이면계약의 금지'에서는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이외의 모든 금전 관계를 금하고 있다. 옵션이나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할 수는 있다. 몇몇 FA는 옵션까지 계약서에 명기해 KBO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상당수 선수들은 옵션을 기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매년 1월에 제출하는 계약서에 명시된 연봉, 특약, 옵션 외의 돈을 주고 받는 것은 불법이다. 규약은 이를 어길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약은 있지만 실행 의지는 없다. 지금까지 선수는 규약을 지키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선수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구단은 쉬쉬했고, 회원사인 구단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는 KBO는 애써 문제삼지 않았다.
KBO와 10개 구단은 지난 시즌부터 메리트 제도(승리수당)를 없앴다. 과도한 메리트로 인해 구단간 과다경쟁이 벌어지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폐해가 컸다. 구단들과 KBO는 앞다퉈 제재 조항을 만들었다. 강력 시행과 함께 신고자에게는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구단들은 타팀이 하지 않으면 먼저 나서 메리트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 구단들은 비용절감에 쾌재를 불렀다. 메리트 철폐는 시행되자마자 완전히 사라졌다.
FA 계약 불투명은 쉽게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음성적으로 벌어지는데다, 구단들의 필요에 의해 과다 지출이 이어진다. 구단간 경쟁에 의해 순식간에 몸값이 부풀려지기 때문에 공개는 더욱 어렵다. 치부만 드러낼 뿐이다.
FA를 놓친 구단(주로 원 소속팀)이 뒤늦게 자신들의 제시액을 공개하는 것은 다분히 화풀이용이다. 입장 바꿔 FA를 영입했을 때는 속시원하게 계약 규모를 밝히지 않는다. 최근엔 옵션 규모와 옵션 기준 조정으로 얼마든지 큰 돈을 따로 챙겨줄 수 있다. 베일에 베일을 한겹 더 씌우는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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