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마사회 신임이사가 경마장 '순찰'에 나섰다. 이어 마사 지역 담당 간부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마방 청결 상태가 엉망이라는 것이었다. 신임미사의 격앙된 톤에 직원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한참을 듣고 보니 '마방 천장이 거미줄 투성이'라는게 호통의 이유였다.
당시 '거미줄'은 모기나 파리, 잡충들로부터 경주마를 보호하는 일종의 장치였다. 방역 기술과 약품의 한계가 작용했다. 지금이었다면 호통을 칠 만한 일이었지만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다. 신임 임원은 그 이유를 알고 머쓱해졌다.
경마는 특수사업이다. 여타 공기업과 다른 점이 수두룩하다. 일반인의 상식이나 잣대로 보기 어려운 곳이다. '경마 문외한'인 낙하산 인사들이 취임하면 위와 같은 해프닝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역대 마사회장들은 대부분 취임 초기 의욕적이었다. 하지만 경마에 대해 아는게 없다보니 조직 체계나 행정 제도 개편에 머물렀다. 가장 손대기 편한 장외발매소 명칭은 새 회장 취임 때마다 달라졌다. 명칭의 변천사를 모두 아는 마사회 직원이 몇 명이나 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마사회장 대부분이 '경마'를 알만 해지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 3년 가운데 1년도 채우지 못한 이가 부지기수다. 이들은 '경마'에 대해 알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회장이 자주 바뀌면 조직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고 직원들의 사기나 의욕이 저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경마를 진정 사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사를 마사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말처럼 묵묵히 뛰어온 경마 종사자들과 힘을 모아 한국 경마사를 써내려갈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경마 종사자들이 그간 일궈온 노력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더 이상 직원들로부터 고소당하는 회장이 나와선 안된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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