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2 m 링크 위에 얼려진 얼음. 쇼트트랙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빙질은 다르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20·성남시청)은 딱딱한 얼음을 좋아한다. 강릉에 입성해 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세 번째 공식훈련을 마친 최민정은 화제가 얼음으로 옮아가자 환하게 웃었다. "제가 좋아하는 얼음 스타일이다. (얼음이) 딱딱한 편이다.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 측은 쇼트트랙에 가장 적합한 영하 7도에 맞춰 얼음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변수는 경기 당일 얼음 상태 유지 여부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 들어찰 1만2000명 관중들의 온기로 인해 얼음이 물러질 가능성이 높다. 여자대표팀의 '맏언니' 김아랑(23·고양시청)도 "현재는 얼음이 딱딱하지만 경기 당일에는 물러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항민 코치와 변우옥 코치이자 장비담당관은 쉴새없이 코너링이 이뤄지는 곳에 물을 뿌렸다. 올림픽 경기 때 얼음이 물러질 상황을 미리 연출해놓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딱딱하고 무른 얼음을 두루 경험하며 하루 만에 빙질 적응을 마친 최민정은 7일 본격적으로 스피드 훈련을 펼쳤다. 10명이 일렬로 펼친 레이스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아 한 바퀴 랩타임을 최고 9.1초까지 찍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올림픽에 임하는 최민정의 자세다.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감이 살짝 부담스럽지만 선택은 전진 뿐이다. 그래서 강릉 입성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4관왕) 가능성이 있다면 늘려나가겠다." 동·하계올림픽 사상 최초 4관왕에 대한 의지. 바람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500m 금메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막판 스피드를 끌어올려야 했다. 최민정은 "이제 얼음판에 적응했으니 스피드를 올리고 감각을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의 경험은 최민정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최민정은 2016년 12월 테스트이벤트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민정은 "그 때와 비교해 스케이팅이나 체격이 달라졌기 때문에 (경험이)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SI는 최민정의 전 종목 싹쓸이를 예상했다. 세계적인 통신사 AP통신은 최민정의 2관왕(500m, 1000m)을 예측했다. 높은 기대를 현실로 바꿔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최민정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별명인 '얼음공주'다웠다. 4관왕에 대한 부담스러운 질문이 계속해서 쏟아져도 표정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저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최민정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생애 첫 올림픽이다. 참가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준비를 잘했으니 어떤 결과가 나와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좌우명이 '즐겁게 하자'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싱긋 웃었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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