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표팀의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는 지난 8일 "남자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빙판에서 다 쏟아내고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선태 쇼트트랙대표팀 감독의 눈은 달랐다. 9일 결전을 앞두고 국내 취재진 앞에 선 김선태 쇼트트랙대표팀 감독은 곽윤기의 발언에 대해 피식 웃었다. "역대 최강은 아니다." 단언했다. 그러면서 "역대 최강은 선배님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남자 1500m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막을 여는 남자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나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계획대로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을 때 해법을 가지고 있다. 주종목인 1500m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으면 남자 선수들은 물론 여자 선수들에게 부담이 옮겨가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잘 안됐을 때 풀어나가야 할 해법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면 대처하면 된다"고 밝혔다. 조급해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첫 경기다. 기선제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각오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선수들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남녀대표 10명 중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세 명 뿐이다. 특히 남자대표팀에선 곽윤기가 유일하다. 그러나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을 통해 자신감이 한층 향상됐다. 김 감독도 "꿈에 무대 섰으니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연습 때부터 시켜보면 알 수 있다. 대단하다.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세계랭킹 1위와 4위를 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그런 자신감이 큰 무대에서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의 '노메달' 굴욕은 심리적으로 남자대표팀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남자 선수들은 다시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힘들기도 했었다"고 고백했다.
남자대표팀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바꿀 수 있었던 건 코칭스태프-선수 간 강력한 신뢰였다. 김 감독은 "부담도 있고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과 훈련하는 과정에서 '나를 믿고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나는 팀 분위기와 멘탈, 동기부여만 잘 하면 우리 선수들은 기술이 좋아서 언젠가는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선수들을 믿었다"고 전했다.
더 내려갈 곳이 없었던 남자대표팀, 금 간 자존심을 회복하고 다시 비상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10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릴 남자 1500m가 시작이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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