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이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명예에 큰 금이 갔다. 개인전 금메달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에게 철저하게 빼앗겼다. 금메달은 차치하더라도 단 한 개의 은메달과 동메달도 따내지 못했다는 건 굴욕이었다. 1992년 알베르빌대회에서 김기훈(현 평창올림픽 강릉선수촌장)이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2년 만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여자 선수들과 비교되면서 남자 선수들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선태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묵묵히 4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세대교체를 시도하면서 최강 전력을 꾸리려고 노력했다. 특히 2016년 대표 선발전 이후 불법도박혐의로 기소된 남자 선수 3명이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일도 겪었다.
2017년 4월 올림픽에 나설 선발전을 펼쳤다. 국제빙상연맹(ISU) 포인트로 서이라(26·화성시청)가 먼저 평창행 티켓을 거머쥔 상태였고, 선발전에서 임효준(22·한체대) 황대헌(19·부흥고) 김도겸(25·스포츠토토)이 발탁됐다.
다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했다. 특히 남녀대표 10명 중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세 명 뿐이다. 특히 남자대표팀에선 맏형 곽윤기가 유일했다. 전력과 경험치 등을 두루 감안했을 때 역대 최강이라고 할 수 없었다. 김 감독도 "역대 최강은 선배님들"이라고 평가했다.
결전을 앞두고 대표팀 분위기도 급격하게 처졌다. 코치가 올림픽 출전을 코앞에 둔 심석희(21·한체대)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름 안에 수습되긴 했지만 남자 뿐만 아니라 한국 쇼트트랙에 우려 섞인 시선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시련은 대표팀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빠르게 하나로 다시 뭉쳤다.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동계올림픽만 바라보기로 했다. 분위기는 빠르게 전환됐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아있었다.
남자 쇼트트랙이 부활의 신호탄은 쏘아올렸다.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쇼트트랙에 걸린 첫 남자 1500m에서 임효준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첫 경기다. 기선제압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던 김 감독의 꿈이 이뤄졌다.
이젠 목표 수정이다. 개인종목에서 멀티 메달을 노린다. 금맥을 뚫은 남자 선수들은 상승 기류를 탈 수 있다. 당초부터 금메달을 바랐던 5000m 계주부터 나머지 개인종목 싹쓸이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또 금메달 8개로 종합 4위를 바라보는 한국 선수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출발점이 됐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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