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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남자 루지 3차 시기까지 끝난 상황에서 펠릭스 로흐(29·독일)의 금메달을 의심하던 사람들은 없었다. 그러나 금메달의 주인공이 바뀐 건 4차 시기 때였다. 로흐가 대형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 구간은 "악마가 산다"는 9번 코스였다. 8번 코스를 빠져나오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로흐는 발을 끌면서 9번 커브를 빠져나왔고 썰매가 미끄러지면서 결국 날이 옆으로 틀어진 채 10번과 11번 커브를 통과했다. 0.001초로 승부를 가리는 루지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로흐의 4차 시기 성적은 19위(48초109). 1~4차 시기 기록을 합산한 최종성적은 5위로 뚝 떨어졌다. 로흐는 머리를 감싸쥔 채 괴로워했다. 충격에 빠진 건 관중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로흐는 "9번 코스에서 해서는 안 될 실수가 나왔다. 눈이 내렸지만 그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내가 조정을 잘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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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코스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9번 코스에서 좌우 부딪힘 없이 일직선 주행을 하기 위해선 8번 코스에서부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선수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속도를 줄이면서 9번 코스에 진입하게 되면 썰매 속력이 시속 90~100㎞로 떨어져 기록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게 될 수 있다. 썰매가 벽면에 충돌하기 때문에 기록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심지어 9번을 통과하자마자 10번 코스로 진입하는 순간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8번에서 9번 코스로 진입하는 구간이 가파르게 꺾여있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썰매가 밀리게 된다. 썰매가 얼음 위에 놓여 있어야 하는데 날 자체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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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9번 코스를 부딪힘 없이 얼마나 일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느냐가 10번 코스와 11번 코스를 잘 통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다. 9번 코스에서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최대한 많이 트랙을 타보고 충돌을 피하는 라인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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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성빈은 눈을 감고도 평창 트랙의 16개 코스를 탈 수 있는 경지에 올라있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지난해 말 완공된 뒤 지난달 31일까지 윤성빈은 총 320회 주행을 마쳤다. 각 코스마다 어느 라인이 빠르고, 어느 지점으로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지 모든 분석을 마친 상태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을 마치고 지난 14일 입국해 보름간 주행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공부를 마쳤다. 이후 전력노출을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두 차례 올림픽 비공식 연습주행을 건너뛰고 주행훈련으로 떨어진 체력도 끌어올렸다. 13일 공식훈련 둘째날 두 차례 주행만으로 감각을 끌어올린 뒤 15일 1~2차 시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로흐가 9번 코스에서 실수를 범해 올림픽 금메달을 날린 것을 윤성빈과 두쿠르스는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1~2차 시기에는 '도전'을 택하더라도 3~4차 시기에는 '안전'한 전략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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