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민이 스스로 걷어차버린 MVP의 향방은 어디로?
남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 생각지도 못하던 일이 발생했다. 원주 DB 프로미 두경민 사태. 정규리그 1위를 위해 달리는 시점, 그동안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선수가 4경기 연속 결장했다.
부상은 아니었다. 결장 이유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연예인 출신 여자친구와의 결혼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하지만 많은 농구인들이 지난 10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전 태업성 플레이에 대한 참혹한 대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자신이 빠진 후 팀이 3연승을 달리며 대표팀 브레이크를 맞이하자, 두경민 입장에서는 더욱 애가 타는 상황이 됐다.
DB는 정규리그 8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2위 전주 KCC 이지스에 3.5경기 차이로 앞서 있다. 4.5경기 차이인 공동 3위 현대모비스, 서울 SK 나이츠의 행보도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에 DB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게 사실이다. 이 세 팀과의 맞대결에서 전패를 하지 않고, 치명적 연패만 하지 않는다면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경민 사태 때문에 어지러워진 것이 또 있다. 바로 MVP 경쟁이다. 정말 압도적인 경기력, 스탯이 아니라면 정규리그 MVP는 보통 우승팀에서 나온다. 개인 성적이 비슷하다면, 우승 프리미엄이 더해지는 식이다. 두경민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MVP 레이스 최유력 후보는 두경민이었다. 이번 시즌 41경기 평균 28문58초를 뛰며 16.49득점 2.9리바운드 3.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우승과 관계 없이 개인 기록만으로도 최상위급 성적이다. 여기에 꼴찌 후보를 우승으로 이끌었으니, 가산점까지 붙었다. 만년 유망주에서 이상범 감독을 만나 에이스로 성장한 '미운오리새끼' 시나리오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시즌만 온전히 마치면 사실상 MVP를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그쳤어야 했는데,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일단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다. 두경민이 선수단에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이상범 감독이 당장 이를 환영하며 경기에 투입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또 돌아와 뛴다고 해도, 성적이 좋다고 해도 민심을 잃은 것도 뼈아프다. MVP는 기자단 투표로 결정되는데, 이런 논란에 휘말린 선수에 표심이 몰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두경민 입장에서는 평생 한 번 올까말까 한 영광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린 꼴이 됐다.
규정상 외국인 선수가 MVP를 받을 수 없다. 디온테 버튼도 탈락이다. 두경민이 아닌 다른 DB 선수가 MVP를 받는 것도 조금 억지다. 팀 성적은 분명 좋지만, MVP는 개인 성적도 뒷받침 돼야 한다.
결국 MVP 레이스가 뜻하지 않은 변수로 다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딱히 떠오르는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상위권 팀들 주요 선수 중 두경민과 같이 눈에 띈 활약을 한 선수가 없다. 그나마 이정현(전주 KCC 이지스)가 평균 13.52득점으로 두경민에 이어 이 부분 3위에 있다. 하지만 임팩트가 없다. 역전을 하려면 팀이 우승을 해야 한다. 양동근(현대모비스)의 분투도 눈부시지만, 이번 시즌 개인 기록에서는 많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오세근(안양 KGC)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 평균 19.08득점 9.05 리바운드로 두 부문 국내 선수 압도적 1위다. 외국인 선수들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팀이 6위 자리를 놓고 간당간당한 싸움을 하고 있고 부상으로 출전 경기수도 조금 부족한 게 걸리는 부분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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