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마음에 큰 절을 올렸다."
김보름(25·강원도청)은 울었다. 그는 다시 한번 논란에 대해 팬들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김보름이 논란을 딛고 첫 올림픽 매스스타트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보름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김보름! 김보름! 괜찮아! 괜찮아!" 혼신의 레이스 앞에 논란은 없었다. 역주를 펼친 그를 향해 7000여명의 팬들이 이름을 연호했다. 김보름은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날렸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던 김보름은 관중석 앞에 멈춰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큰 절을 올렸다. 그간 논란에 대한 사죄의 뜻이었다.
매스스타트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최초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준결선에선 12명의 선수가 질주를 펼쳐, 8위까지 결선에 오른다. 4명은 탈락이다. 준결선 1, 2조에서 8명씩 총 16명이 결선에서 메달을 놓고 겨룬다. 김보름은 준결선 1조 레이스에서 6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도 쾌조의 흐름을 이어간 김보름은 올림픽 매스스타트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매스스타트는 3명 이상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레인 구분 없이 질주하는 경기다. 전체적인 경기 룰은 스피드스케이팅과 같지만, 레인 구분 없이 서로 견제하며 달리는 측면에선 쇼트트랙과도 유사한 종목이다. 남녀 모두 400m 트랙을 16바퀴 돈다. 특별한 점이 있다. 점수제다. 4, 8, 12바퀴 1~3위에 각각 5, 3, 1점이 주어진다. 마지막 바퀴 1~3위에겐 60, 40, 20점이 부여된다. 변수가 많다.
김보름은 준결선 1조 레이스에서 여유있는 레이스 운영으로 6위에 올라 결선행을 확정했다. 이어진 결선에서 프란체스카 롤로브리지다(랭킹 1위·이탈리아),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2위·독일) 구오 단(3위·중국) 등 강자들과 경쟁을 펼쳤다. 치열한 수싸움. 김보름은 강자들 틈에서도 신중하게 스퍼트 타이밍을 계산하다가 막판에 치고나갔다. 스프린트 포지션을 거친 후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 질주를 준비하는 등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 결과 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40점으로 레이스를 마쳤고, 1위는 나나 다카기(60·일본), 3위는 이레나 슈텡(20·네덜란드)이 차지했다.
김보름은 "나때문에 논란이 됐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떠올라 다른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메달 생각보다는 죄송한 생각 뿐이다. 어떤 질문에도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 절을 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에 큰절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눈물 범벅이 된 김보름은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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