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가 펜스를 때리는 걸로 알았다. 설마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에인절스타디움 가운데 펜스쪽으로 뻗어가는 타구를 보면서 홈런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홈런이 된 뒤에도 얼떨떨했던 모양이다. 홈팬들은 일제히 기립해, 이 특별한 홈런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1,2,3루를 돌아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 홈런 타자를, 팀 동료들은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외면했다. 잠시 후 어색한 침묵을 깨고 떠들썩하고, 거친 축하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메이저리그 루키 선수를 위한 스페셜 이벤트였다.
LA 에인절스의 '타자' 오타니 쇼헤이(24)가 4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터트렸다. 8번-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2-2로 맞선 1회말 2사 만루에서 첫 타석을 맞았다. 상대 우완 조시 톰린의 폭투로 3-2, 2사 2,3루가 이어졌고, 볼카운트 2B2S에서 오타니의 배트가 날카롭게 반응했다. 몸쪽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걷어올려 중월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13대2 대승의 발판을 놓은 홈런이었다.
절정의 타격감은 이어졌다. 3회말 우전안타를 친 오타니는 5회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난 뒤, 8회말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마지막 안타는 시속 153㎞ 빠른 공을 공략해 만들었다. 타자로 나선 두 번째 경기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지난 3월 30일 개막전 첫 타석에서 첫 안타를 신고한데 이어, 2경기 연속 안타이고, 시즌 타율이 무려 4할4푼4리(9타수 4안타)다.
'야구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원정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첫 선발 등판한 '투수' 오타니는 6이닝 3안타(1홈런) 6탈삼진 3실점 호투를 펼치고, 메이저리그 첫 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승을 따내고, 다음 경기에 타자로 나서 홈런을 친 것은 1921년 베이브 루스 이후 97년 만이라고 한다. 오타니는 2일 선발 등판 후 3일 휴식을 취하고, 이날 경기에 출전했다. 마이크 소시아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가 파워를 보여줬다"며, 5일 경기에도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오타니는 시범경기 2게임에서 2⅔이닝 동안 9실점(8자책)을 했다. 타자로 11경기에 출전했는데, 홈런없이 타율 1할2푼5리(32타수 4안타), 1타점에 그쳤다. 타격 능력은 고등학생 수준이고, 마이너리그에서 투수 경력을 쌓고 올라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개막 엔트리 포함을 놓고 미국 언론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시범경기 때 부진은 준비 과정의 극히 일부였던 셈이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5년간 42승15패-평균자책점 2.52, 타율 2할8푼6리(1035타수 296안타)-48홈런-166타점을 기록했다. 수많은 화제를 몰고다닌 오타니의 투타겸업, '이도류(二刀流)'는 무대를 옮겨 메이저리그에서도 계속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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