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느냐 강백호!'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한 스윙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가 9회초 동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낸 KT 위즈 신인 강백호에게 강력한 스윙으로 화답했다.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타구를 좌익선상으로 날려보내며 경기를 끝냈다.
넥센이 올해 3번째 연장전 승부에서도 또 이겼다. 올해 3전 전승이다. 승리의 주역은 4번타자 박병호였다. 앞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병호는 10회 네 번째 타석에서 끝내기 안타로 4번 타자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시즌 5호, 통산 1035호 끝내기 안타. 박병호 개인으로서는 5번째였다. 박병호가 가장 최근에 끝내기를 기록한 건 2015년 5월 8일 목동 KIA전으로 9회말에 끝내기 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에 앞서 KT '천재' 신인타자 강백호가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KT 김진욱 감독은 체력 안배를 위해 강백호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심하진 않았지만, 허벅지 뒤쪽에 약간의 통증도 있었다. 그런데 KT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인 9회초에 김 감독은 강백호를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타자 황재균이 넥센 마무리 조상우에게 볼넷을 얻어낸 뒤였다.
원래 타석의 주인은 12년차 베테랑 유한준이지만, 김 감독은 좌타자 강백호에게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강백호가 여기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몸쪽 아주 낮은 코스로 들어온 151㎞짜리 패스트볼을 어퍼스윙으로 받아쳐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를 날려 버렸다. 넥센 더그아웃은 찬물을 뒤집어 쓴 듯 가라앉았다. 반대편 KT 더그아웃은 용암처럼 들끓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강백호가 아니었다. KT는 이후 1사 3루의 재역전 기회를 이어갔으나 이해창의 좌익수 뜬공 때 홈으로 뛰던 대주자 정 현이 좌익수 이정후의 정확한 송구에 홈에서 태그 아웃되는 바람에 달아날 기회를 놓쳤다.
이어진 연장전. 진짜 히어로는 여기서 나왔다. 연장 10회말 넥센은선두타자 이정후의 볼넷과 주효상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엄상백의 폭투가 나오며 이정후가 3루까지 나갔다. 이제 넥센을 클린업 트리오가 나올 차례. KT는 3번 김하성을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내보냈다. 언뜻 보면 4번 타자 박병호를 만만하게 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1사 3루라 외야 플라이만 나와도 끝나는 상황이다. 1루를 채운 뒤 땅볼을 유도해 더블 플레이를 노리는 건 상식적인 선택이다. 박병호는 이 장면에 대해 "땅볼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김하성을 거르는 건 당연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게다가 이날 박병호는 앞선 4타석에서 볼넷만 1개 얻어냈을 뿐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나 KT 벤치는 한 가지를 간과했다. 아무리 앞서 안타가 없더라도 박병호는 4번 타자의 책임을 할 줄 아는 타자다. 투수가 어떤 생각으로 승부하는 지도 알고 있다. 박병호는 "초구부터 자신감 있게 외야 플라이라도 치자는 생각을 하고 집중력있게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말했다.
승부 자체는 까다롭게 흘렀다. 어느 덧 풀카운트. 엄상백은 7구째로 슬라이더를 택했다. 하지만 공이 포수가 원한 바깥쪽이 아니라 가운데로 몰렸다. 박병호의 날카로운 스윙에 걸린 타구는 점프를 한 3루수 황재균의 글러브를 벗어나 좌측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넥센이 이겼다. 박병호는 "풀카운트라 상대가 승부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잘 쳐내 팀 승리에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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