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고 거듭 다짐을 해도 승부의 세계는 어쩔 수 없다. 매 경기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게 프로의 숙명이다. 매일 피말리는 승부의 내용물이 눈앞에 나타나는 프로야구야 더 말 할 것 없다.
꼴찌 위기에 몰렸던 삼성 라이온즈는 1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1대6으로 이겨 일단 벼랑끝에서 한발 물러섰다. 잘 해서 이겼겠지만 상대의 허술한 전력 덕을 봤다.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최하위와 9위는 온도차가 크다. 전력 자체가 워낙 약하다보니, 한정된 자원을 풀가동해 매경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주 6경기에서 1승5패. 참담했던 지난 주는 기억에서 말끔하게 지워버리자. 새로운 주, 6연전의 첫 날 이겼다는 게 중요하다. 시즌 7번째 승리의 의미도 컸지만, 주목할 게 있다.
17일 경기가 끝난 뒤 김한수 감독은 "오늘 경기에선 무엇보다 박해민 김상수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다"고 했다. 그랬다. 박해민과 김상수를 콕 집어 말했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그동안 두 선수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는 얘기다. 일희일비하고 싶진 않겠지만, 김한수 감독은 속으로 활짝 웃었을 것 같다.
이날 박해민은 3안타 3타점 2득점를 쏟아냈고, 김상수는 선제 결승 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가 사실상 팀 안타와 타점, 득점의 절반을 책임졌다.
시즌 개막 후 4주차.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삼성 사람들은 박해민과 김상수의 부진에 속을 태웠다. 김한수 감독의 구상속에 박해민과 김상수는 공격의 첨병, 1~2번 '테이블 세터'다. 둘은 지난 3월 24~25일 두산 베어스와 개막 2연전에 1,2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면서, 두 조합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었다. 지난 주 초까지 둘은 타율 2할 안팎을 맴돌았다. 타격에 사이클이 있다고 해도 아쉬움이 너무 컸다. 팀도 선수도 많이 답답했다. 17일 롯데전에 박해민은 2번, 김상수는 9번 타순에 들어갔다.
이제 캄캄한 터널을 지난 듯 하다. 김상수는 최근 4경기에서 14타수 8안타(1홈런), 타율 5할7푼1리를 기록했다. 박해민은 지난 15일 한화 이글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3안타를 때렸다. 2경기에서 9타수 6안타. 엉켜있던 실타래를 푼 기분이었을 것 같다.
현재의 좋은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6개월 페넌트 레이스를 소화하다보면, 몇 차례 굴곡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처참했던 시즌 초반 부진을 털어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두 선수가 '테이블 세터'로 지금같은 활약을 해준다면, 삼성은 앞으로 많이 달라질 것이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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