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넥센 히어로즈의 야구를 보면 문득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떠오를 때가 있다. 좋지 않은 팀 외부 사정과 서건창 박병호 등 간판 타자들의 연이은 부상, 그리고 그에 따른 타선의 전반적 침체까지 여러 악재를 겪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반등의 신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반등을 가능케 만든 '솟아날 구멍'은 바로 '퀄리티스타트 제조기' 선발진이었다.
넥센은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대1로 이기며 전날 고척 NC전에 이어 2연승을 달성했다. 그래도 아직 순위는 7위(11승13패)다. 하지만 3위 KIA 타이거즈와 불과 1.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연승인 건 틀림없다. 무엇보다 최근 침묵하던 타선이 모처럼 13안타(2홈런) 6득점하며 살아난 게 고무적이다. 전날까지 9푼8리의 극도로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이던 포수 박동원은 시즌 첫 홈런 포함 3안타를 기록했다. 박동원의 3안타는 넥센 타선의 전체적인 회복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렇게 타선이 살아날 때까지 넥센을 지켜온 힘은 따로 있다. 바로 나올 때마다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켜내고 있는 '퀄리티스타트 제조기' 선발 5인방이다. 이들이야말로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넥센을 앞으로 이끌어나갈 진짜 힘이다.
올해 넥센 선발 로테이션은 에스밀 로저스-최원태-제이크 브리검-신재영-한현희로 구성돼있다. 개막전부터 이 로테이션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는 유일한 구단이다. 다른 팀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선발 투수들이 한 두 명씩 교체되거나 임시선발이 잠시 등장하기도 했지만, 넥센은 달랐다. 투수별로 다소 부진할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정해진 순서대로 등판 일정은 꼬박꼬박 지켜줬다. 사실 선발투수가 이것만 해내도 팀에는 큰 도움이 된다. 투수진 운용에 대한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넥센 선발진들은 '안정감'까지 보여주면서 연이어 QS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고척 두산전에 나선 5선발 한현희가 6이닝 2실점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부터 차례로 로저스(7이닝 2실점)-최원태(9이닝 1실점)-브리검(8이닝 1실점)이 'QS 인증' 행렬에 동참했다. 그리고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신재영이 6이닝 1실점으로 'QS릴레이'를 완성했다.
올해 선발 5명이 연속으로 QS를 기록한 건 넥센이 세 번째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LG(김대현-윌슨-차우찬-소사-임찬규)와 SK(문승원-김태훈-산체스-켈리-김광현)가 동시에 이를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두 팀과 달리 넥센은 개막 때부터 유지되어 온 5인 선발진이 나란히 QS를 달성해 더 의미가 크다. 비록 5연속 QS 기간 동안 타선이 뒷받침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2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이제 타선마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넥센이 다시금 개막 직후의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넥센 선발진의 QS릴레이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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