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타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입맛이 까다로운 타자가 아닐까 싶다. 공격적인 타자들은 스트라이크-볼을 가리지 않고 컨디션에 맞춰 배트를 휘두른다. 적당한 공으로 유인해 '맞춰 잡는' 방법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타자라면 정면승부 외엔 방법이 없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뿌려도 집요하게 커트를 해내면 투구수가 늘어나고 마운드 위에서의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보내자니 실점이 두렵고, 상대하자니 귀찮은 타자 유형이다.
올 시즌 초반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귀찮은 타자'는 이병규가 아닐까 싶다. 주전과 백업을 오가고 있는 이병규는 3할대 타율을 유지하면서 볼넷 순위는 16개로 타자 부문 톱10 내에 속해 있다. 타석당 투구수는 5.06개로 리그 평균(4.21)보다 많다. 10타석 이상을 소화한 롯데 타자들 중에선 가장 높다.
전체 순위를 봐도 이병규의 기록은 두드러진다. 이병규보다 많은 볼넷을 얻어낸 선수는 다린 러프(삼성 라이온즈·17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17개) 두 명 뿐. 두 선수 모두 팀의 4번 타자로 투수들이 꺼리는 '거포'라는 점에서 투수들의 견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병규는 최근 타격감이 좋기는 하지만 투수들이 피할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이럼에도 이병규는 타석당 투구수에서 박병호(4.80)나 러프(4.79)에 앞서고 볼넷도 비슷한 숫자를 얻어내고 있다. '매의 눈'으로 유인구를 골라내고 있는 것.
조원우 롯데 감독의 시선 역시 이병규의 '선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감독은 "이병규의 강점은 안타 유무를 떠나 상대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려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투수들의 공을 많이 소모시킴에도 볼넷을 골라 살아나가 동료 타자들이 보다 좋은 조건에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뿐 아니라 팀 득점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병규의 '선구안'은 볼넷만 골라내기 위해 존재하진 않는다. 21일 SK전에서는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터뜨리면서 팀의 4대3 승리 바탕을 깔았다. 올 시즌 4번째 홈런, 정교함 뿐만 아니라 파워까지 갖춘 모습이다. 조 감독이 이병규를 예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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