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상주전은 FC서울의 현주소를 보여준 경기였다.
비단 0대0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면에서 너무나 무기력했다. 의지는 보이지 않았고, 무의미한 패스만이 반복됐다. 재미없는 90분이 지난 후 돌아온 것은 "정신차려! 서울!"이라는 팬들의 날카로운 외침이었다.
올 시즌 '서울'스러운 경기가 사라졌다. 정확히는 서울만의 스피릿이 사라졌다고 해야할 것 같다. 서울은 꽤 끈끈한 팀이었다. '서울 극장'은 이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서울은 경기 막판, 혹은 추가 시간 유난히도 승부를 결정짓는 극적인 골을 많이 넣었다. 적어도 홈에서만큼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누구도 이길 수 있는 그런 팀이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승리를 향해 뛰었다. 평균관중 1위였던 서울은 그런 정신을 가진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서울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상주전 엔트리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최전방 에반드로부터 골키퍼 양한빈까지 서울만의 색깔을 잘 알고 있는, 혹은 대변할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상주전에서 뛰었던 선수는 박주영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입성한지 길어야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신인이거나 황 감독 부임 후 영입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순히 리빌딩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데얀, 오스마르는 분명 물리적으로나, 생각적으로 전성기에 비해 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졌다. 템포를 중시하는 황 감독식 축구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이들을 대신해 데려온 선수들에 대해 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이 선택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선수를 택했다. 결과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고, 이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면 된다.
안타까운 것은 급격한 리빌딩 과정에서 서울만의 색깔을 잃었다는 점이다. 매 시즌 선수단도 바뀔 수 있고, 전술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 팀만의 고유한 컬러 만큼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서울은 서울 답지 않은 축구를 하고 있다. 흔들리는 팀 속에서 서울만의 색깔을 지켜주고,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팬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주전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현재 서울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하고 있는 선수가 '13년 서울 원클럽맨' 고요한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서울의 위기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의 위기와도 연결돼 있다. 급할 수록 돌아가야 한다. 급격한 세대교체 보다 베테랑과의 조화가 답이 될 수 있다. 지금 서울에 경기력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고비를 넘는 정신력이다. 상대를 누죽들게 했던 서울만의 아우라를 다시 찾아야 한다. 그래야 변신도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서울에게 필요한 변화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아닌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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