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둘 중 한 명이라도 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경기를 마친 강원의 이근호(33)가 아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달 29일, 강원과 포항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10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 선발 명단에는 강원의 '에이스' 이근호와 포항의 '미래' 이근호(22)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설명이 필요 없는 강원의 이근호와 겁 없는 새내기 이근호의 대결. 시즌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두' 이근호의 동명이인 매치업이 춘천에서 펼쳐진 것이다.
경기 전에는 라커룸 격돌도 있었다. 최순호 포항 감독과 송경섭 강원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소속팀 이근호의 이름을 한 번씩 거론하며 활약을 기대했다.
휘슬이 울렸다. 강원의 이근호는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격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강력한 슈팅은 물론이고 절묘한 패스로 강원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에 맞서는 포항의 이근호는 대선배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원톱에 서서 62분간 공격에 앞장섰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강원 문전에 침투해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두' 이근호의 대결. 팬들만 관심 있게 지켜본 것은 아니다. 이날 경기장에는 차두리 A대표팀 코치와 이민성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가 찾아 두 선수의 경기력을 점검했다. 강원의 이근호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포항의 이근호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대결에서 '두' 이근호 중 누구도 웃지 못했다. 강원과 포항은 0대0으로 경기를 마치며 승점 1점씩 나눠 갖는데 만족했다.
경기 뒤 '두' 이근호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강원의 이근호는 "둘 중 한 명이라도 잘했어야 하는데…"라며 "첫 대결이었는데 별로 할 말이 없다. 너무 아쉽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포항의 이근호 역시 "팀이 이기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선배와 대결을 해서 정말 신기했다.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름은 물론이고 포지션까지 같은 두 선수가 만든 흔치 않은 동명이인 매치업. '두' 이근호의 눈은 다음을 향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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