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기장에서 뛰어보고 싶었는데 비가 많이 내리네요."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3루쪽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성식 벽산 대표이사(51)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하츠 허리케인 팀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었다. 제2회 벽산·하츠 인비테이셔널 전국사회인야구대회 첫날,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던 하츠 허리케인과 LG전자 LG모바일 야구단의 개막전이 비로 취소되자 많이 아쉬워했다.
김 대표는 몇 가지 직함을 갖고 있다. 건축자재 전문기업 벽산과 오븐,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전문기업 하츠를 운영하는 기업인이면서, 야구가 좋아 직접 즐기는 사회인야구 선수다. 경영자로서 바쁜 주중 시간을 쪼개 팀 훈련을 하고, 주말이면 사회인야구 리그 경기에 출전한다. 현재 벽산, 하츠 사내에 벽산 파이어스와 하츠 허리케인, 두 팀이 있다. 벽산 파이어스는 서울 지역리그, 하츠 허리케인은 평택리그에서 뛴다.
김 대표의 야구사랑은 야구팀 지원, 선수 활동을 넘어 대회 개최로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스포츠조선과 벽산·하츠 인비테이셔널 전국사회인야구대회를 공동개최한다. 올 해도 김 대표는 하츠 허리케인 소속으로 대회에 나왔다. 지난 대회 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올 해는 어깨가 안 좋아 2루수로 나설 예정이었다. 32강전이 비로 취소되는 바람에 추첨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팀을 뽑았는데, 하츠 허리케인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흔히 '야구와 인생은 닮았다'고 하는데, 김 대표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대회를 통해 우리 팀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대회가 열려 여러가지 효과를 봤다"고 돌아봤다. 김 대표는 "우리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지난 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팀과 야구라는 공톰 분모를 갖고 교류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하츠가 평택 공장 내 유휴 부지에 조성한 야구장에선 지역팀들이 함께 하는 리그가 열린다. 아무래도 개별 기업이 야구장 시설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고, 제약이 따른다. '사회인야구 선수' 입장에서 김 대표는 인프라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야구를 즐기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시설이 부족하고 낙후돼 있다. 경기가 열리는 장소 대부분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다. 지자체나 공공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시설을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가 직원들과 함께 야구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우리 팀은 사내에 야구를 좋아하는 직원들로 구성됐다. 야구를 매개로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 팀 워크가 좋아지고,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일할 땐 잘 모르는 면을 야구를 하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야구팀 활동을 하지 않는 지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신경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열리는 날 벽산, 하츠 선수 가족들이 야구장을 찾아와 응원을 한다. 야구가 직장, 가족까지 하나로 묶어주는 셈이다.
회사에는 상하 위계가 있어 경직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팀과 야구장에선 다르다. 김 대표는 "팀 안에선 모두 수평적인 관계자다. 1번부터 9번까지 구성원의 한명이다. 나도 감독의 지시를 받는 팀원이다"고 했다.
수원=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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