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찌뿌린 표정을 지을 때마다 각 팀의 속내는 제각각이다.
경기 취소는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낸다. 등판 일정이 밀려나는 선발 투수의 재기용-휴식 여부 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경기 감각 유지 등 다양한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휴식을 통한 체력 비축 내지 회복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연승 중이거나 에이스의 등판일을 앞둔 팀들 입장에선 비가 야속할 수밖에 엇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표정 관리'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4월 중순부터는 고비 때마다 절묘하게 비가 내리면서 선수단 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5월 들어 우천 취소가 롯데에겐 '행운'이 되는 날이 많아졌다. 지난 6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이 그랬다. 당시 SK가 예고한 선발 투수는 앙헬 산체스. 당시 산체스는 4승 무패로 쾌조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루 전 9회초 타선 폭발 속에 8대1로 승리, 3연승을 달린 롯데였지만 위력적인 구위를 지닌 산체스는 부담스런 상대였다. 하지만 문학구장에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까지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면서 경기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SK는 경기 강행을 위해 그라운드 정비에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일정이 취소되면서 롯데는 기분좋은 2연승으로 문학 원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12일 사직 KT 위즈전 취소 때 내린 비도 약이 됐다. 잠실 LG전을 마치고 11일 새벽에 안방 부산에 도착한 롯데는 KT에 6대2로 승리했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으로 체력적 부담이 상당했던 상황. 12일 경기 취소로 롯데는 힘을 비축할 수 있었고, 이는 13일 KT전에서 2점차 리드를 유지하며 3대1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창원으로 넘어간 롯데는 또 한 번 '단비'를 맛봤다. 15일 연장 10회까지 치른 NC전에서 5대3으로 이긴 뒤 이튿날 승부가 우천 취소됐다. 선발 펠릭스 듀브론트가 6이닝까지 버텼으나 이후 추격조-필승조가 모두 마운드에 오르는 등 7명의 투수가 소모됐다. 이튿날 우천 취소가 전날 승리와 함께 따라온 부담감을 떨치는 계기가 됐다.
롯데는 17일 창원 NC전에서는 7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시기적절한 '우천 휴식'이 이번에도 롯데에게 웃음을 안겨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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