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이태량의 개인전 '명제형식-무경산수'가 서울 역삼동 갤러리 이마주에서 2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명제형식-무경산수'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동서양의 형이상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수 년간 꾸준히 작업해왔다.
이 가운데 명제형식 시리즈에는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서양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사상 아래 숫자와 알파벳, 십자가, 인체와 같은 도상들이 혼합되어 나타나 있다. 본래 기호란 특정 의미를 상징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대상이지만 이태량의 작품 속에서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대신 단지 조형적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이를 통해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논리를 넘어 감각할 수 밖에 없는 것, 무의미가 아닌 의미 바깥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치열한 회화적 시도 속에서 서양 철학은 어느 순간 장자의 '무위'라는 동양 사상으로 이어진다. 무경산수는 말 그대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며 그렇기에 작가의 작업들은 언뜻 과거의 산수화들을 답습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태량은 본인의 개성을 담아 산수 위에 일그러지거나 뭉개어진 각종 형상들을 덧칠하면서 실재의 재현에도 기존의 전통 산수화의 화풍에도 얽매이지 않는 풍경을 자유롭게 펼쳐낸다. '명제형식' 그리고 '무경산수'는 결국 각각의 주제임에도 기존 세계의 질서와 규칙을 벗어난 의미의 탐험이라는 점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이러한 작업들은 또한 회화적으로 세련된 완성도를 지닌 것은 물론 유희적 요소들도 함께 갖추고 있다. 작가는 관객들이 전시를 더욱 즐길 수 있도록 아크릴과 유화를 비롯하여 인쇄물 콜라주, 입체 설치 등의 다양한 기법과 차원을 활용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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