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실험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KT 롤러코스터는 끝이 없다. 조금 올라오나 싶더니, 또 4연패다. 25승32패로 8위.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가 2.5경기이기 때문에 낙심할 필요는 없지만, 정상 궤도에 오르나 싶더니 또 무기력하게 추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가 돌아왔는데도 연패를 기록한다는 건 분명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올시즌 KT의 야구를 보면 야수들의 역할에 고정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타순, 수비가 매경기 바뀐다. 2일 SK 와이번스전을 보면 오태곤(우익수)-심우준(유격수)-멜 로하스 주니어(중견수)-황재균(3루수)-박경수(지명타자)-윤석민(1루수)-이해창(포수)-정 현(2루수)-이창진(좌익수) 순의 선발 라인업이 작성됐다. 1일 SK전은 오태곤(우익수)-로하스(중견수)-박경수(지명타자)-황재균(3루수)-윤석민(1루수)-장성우(포수)-박기혁(2루수)-이창진(좌익수)-심우준(유격수)이었다. 하루 더 거슬러 올라가 5월31일 삼성 라이온즈전은 김진곤(좌익수)-로하스(중견수)-이진영(우익수)-황재균(3루수)-박경수(지명타자)-윤석민(1루수)-장성우(포수)-박기혁(2루수)-심우준(유격수)였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3경기 뿐 아니라 시즌 개막부터 거의 매일 선발 출전 선수와 타순, 수비 위치가 바뀌는 사례가 많다.
물론, 이렇게 바뀌는 게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선수 체력과 부상 관리를 해줄 수 있다. 최근 신인 강백호가 손가락이 조금 좋지 않자 경기에서 빼주고 있는 김진욱 감독이다. 상대팀 선발투수나 수비 전술 등에 맞춰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는 팀 전력이 어느정도 안정돼있을 때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예를 들면, 두산 베어스같은 강팀은 어떤 선수 1명이 빠져도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완벽히 메워주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다. 백업 선수가 나와도 주전만큼 무섭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KT 전력을 두산과 비슷하게 볼 수는 없다. 선수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덜 돼있을 때는, 오히려 잦은 라인업 변화가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경기에 나갔다, 빠졌다 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 기회를 얻었을 때 조급해진다. 타순에 따른 역할이 다 있는데, 그게 경기마다 바뀌면 선수들의 작전 수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오태곤의 경우 올해 외야로 전향했는데, 좌익수와 우익수 자리를 오가다 수비에서 실수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박기혁같은 베테랑 선수라면 유격수-2루수 자리를 오가는 게 문제가 없지만 정 현같이 아직 완벽한 1군 선수라고 하기 힘든 선수는 제 포지션에서 꾸준하게 성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이 큰 변수가 없다면 라인업 고정을 선호한다. 어차피 뛰어야 할 주전 선수들의 리듬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물론, 김 감독이 팀을 약하게 하려 일부러 라인업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팀 사정 속에 이기기 위한 최선을 찾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안되는 걸 계속 밀고나가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쉽게 풀기 힘든 딜레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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