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것 보다 기분이 정말 나빴어요."
한 동안 사라진 듯 했던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이 프로야구계에 다시 스며드는 듯 하다. 두산 베어스 2년차 투수 이영하(21)가 낯선 인물로부터 직접 승부조작 제의 전화를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다행인 점은 이영하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유혹을 단호하게 끊어내고 오히려 만천하에 공개해 발본색원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두산 구단은 7일 오후 승부조작 제안을 받은 뒤 이를 KBO에 자진신고한 선수가 이영하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KBO는 이날 오전 "지난 5월 초 승부 조작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KBO는 해당 선수와 소속 구단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고, 5월 18일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 뒤 KBO리그 전 구단에 관련 선수가 더 있는 지 파악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영하는 이날 오후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승부조작 제의 전화를 받게 된 상황과 그 이후의 대처, 실명을 공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영하는 "기분이 정말 나빴다. 다른 선수에게도 그럴까봐 빨리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영하와의 일문일답.
-승부조작 제의 전화를 받았을 때의 심정은?
놀란 것보다는 일단 기분이 너무 나빴다. 처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는데, 정확히 상대를 잘 모르겠지만 대뜸 그런 이야기(승부조작 제의)를 했다. 그래서 "전화하지 말아라. 또 전화하면 구단에 알리겠다"고 하고 바로 끊었다. 그게 4월30일경이었다. 그런데 이후 또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와서 너무 불쾌했다.
-구단에 알리게 된 계기는
4월말에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신고를 해야 하나'라고 잠깐 고민했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전화가 오길래 이번에는 팀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네 야구 인생에 피해가 될 수도 있으니 신고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들을 해주셔서 곧바로 매니저를 통해 구단에 알렸다.
-실명을 공개한 이유는
굳이 감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선수에게도 전화가 갈까봐 더 빨리 공개한 것도 있다. 구단이 알아서 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 것 같다.
-구체적인 승부조작 방법이나 금액을 들었나.
예를 들어 시작할 때 볼을 던지라는 식의 얘기를 했다. 그걸 듣고 금액이 나오기 전에 바로 끊었다. 이제 1군에서 막 자리를 잡아가는 데 그런 얘기를 들어서 불쾌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 나처럼 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승부조작 관런)문제에 대해서는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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