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두산 베어스 구단의 대처는 어느 때보다 빨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7일 오전 "지난 5월 초 승부 조작과 관련된 제보를 접수하고,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KBO는 해당 선수와 소속 구단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고, 5월 18일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다. 또 전 구단에 관련 선수가 더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KBO는 당사자와 구단을 밝힐 수 없다고 했는데, 이날 오후 두산이 승부 조작 제안을 받은 선수는 소속 투수 이영하라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빠른 대처다. 이영하가 승부 조작에 연루된 것이 아니라, 제안을 받았다가 거절한 사실을 신고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잘못된 부분도 없다. 두산이 빠르게 공식 보도자료를 내며 선수 실명과 구단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전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2016년 승부 조작 파문이 일어났을 때 진야곱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실을 자진 신고 기간에 인지하고도 KBO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문제가 됐었다. 이후 경찰청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진야곱의 도박 혐의가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뒤늦게 사과를 했다. 또 당시 두산은 도박 사실 인지 이후에도 진야곱을 경기에 내보낸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최규순 전 심판 문제가 터졌다. 2013년 포스트시즌에 최규순 전 심판에게 300만원을 빌려준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김승영 사장이 "KBO 규약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며, 사려깊지 못했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 전적으로 개인 차원의 행위였다"고 사과하고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일련의 사건들로 구단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이 때문인지 전 풍 사장 부임 이후 '잘못된 것은 빠르게 인정하고, 오픈하자'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빠르게 대처했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선수의 신변 문제다. 이영하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프로 선수가 승부 조작 관련 이슈로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구단은 이영하에게 재차 의사를 물었고, 선수 본인이 흔쾌히 "괜찮다"고 해서 공개할 수 있었다.
이영하는 7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전 가진 인터뷰에서 "모르는 번호였는데 그런 내용(승부조작 제외)의 전화를 받아 기분이 나빴다"면서 "굳이 감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빨리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두산이 최근 몇 년간 심하게 앓은 홍역이 학습 효과로 남은 셈이다. 리그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판단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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