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신태용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시원시원하다.
자신의 생각을 돌려 말하지 않는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2010년 성남 부임 첫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뒤 그의 소감은 지금도 회자된다. "나는 난 놈이다." 민감한 질문에도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다. 때로는 불필요한 오해도 사지만, 그게 신 감독의 스타일이다. 쾌활한 성격과 유머감각까지 지닌 신 감독은 취재하기 좋은 감독 중 하나다.
그런 신 감독이 월드컵을 앞두고 달라졌다.
모든 것을 숨겼다. 최근 그의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말할 수 없다", "공개하기 어렵다", "숨길게 있다" 등이다. 정보전에 목숨을 걸었다. 훈련은 모두 비공개다. 평가전에서도 등번호는 물론 베스트11, 전술, 전략까지 감췄다. 그 정점이 7일(이하 한국시각) 볼리비아전 '트릭 발언'이었다. 손흥민(토트넘) 대신 황희찬(잘츠부르크)과 투톱을 이룬 김신욱(전북)의 선발 출전에 대해 신 감독은 "트릭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후 이 발언은 비판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신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작전을 숨기는 것이 승리의 비법으로 여기는 듯 하다.
신 감독의 이 같은 전략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냉정히 한국은 F조 최약체다. 가장 해볼만 하다고 하는 스웨덴조차 전력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객관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한다.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는 뜻)는 대표적인 병법 중 하나다. 신 감독이 우리 '패'를 숨기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관건은 우리가 준비한 '패'다. 사실 축구는 한 순간에 좋아지는 스포츠가 아니다. 특별한 '수'를 찾았다고 해서 태국이 브라질을 잡을 수는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족집게 과외가 만든 것이 아니라 1년6개월 전부터 꾸준히 한단계씩 끌어올려 만든 결과다. 계속된 부진에도 스웨덴을 잡을 '비책'이 있는 것처럼, 그 '비책'이 '마법'을 만들 수 있는 듯한 믿음을 주고 있는 신 감독의 말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댈 것 또한 신 감독이 준비한 '패' 밖에 없다.
4번의 평가전은 실험으로 끝이 났고, 베스트11은 단 한차례도 기용되지 않았다. 파워프로그램은 갑작스럽게 등장했고, 전술도 여전히 포백과 스리백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세트피스는 윤곽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월드컵 준비 과정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신 감독의 구상 속에 진행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 그럴 가능성도 높다. 신 감독은 늘 꾀가 넘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2017년 U-20 월드컵에서도 그만의 기지로 죽음의 조를 통과해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전이 다가올 수록 신 감독과 선수단은 "스웨덴 격파법을 찾았다. 우리가 한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 '패'가 신통치 않다면, 신 감독은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이 될 수도 있다. 그 '패'가 통한다면, 신 감독의 트릭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환상적인 '마술'로 이어질 수 있다. 과연 신 감독은 어떤 '패'를 준비했을까. 스웨덴전 결과와 직결되는, 감추고 감췄던 그 '패'는 18일 오후 9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공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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