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선수 기용에 있어 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없었다. 김신욱을 스리톱으로 기용한 것이 살짝 눈에 띄었을 뿐 대부분 예상한 선수가 스웨덴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험'을 중시한 라인업이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던 8명 중 필드플레이어 7명이 스웨덴전에 선발로 투입됐다.
하지만 딱 하나, '경험'의 예외가 있었다. 골키퍼였다. 선수비, 후역습의 전략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한국팀. '최후의 보루' 골키퍼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경험으로 본다면 당연히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에 나섰고, 최근 4년 간 국가대표로 꾸준하게 활약했던 김승규(28·빗셀 고베)의 몫. 하지만 신태용 감독의 최종 선택은 조현우(27·대구)였다. A매치 단 6경기 경험에 불과한 조현우였지만 신 감독 선택의 이유는 분명했다. "김승규보다 컨디션이 좋아 조현우를 선발로 내보내게 됐다"는 설명.
신태용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조현우는 경기 내내 감각적인 몸놀림으로 골대를 철통 같이 지켰다. 월드컵 첫 경기 초반을 지배한 팽팽한 흐름.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선제골이 중요했다. 초반 양 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며 집요하게 선취골을 노렸다. 평균 신장이 월등한 스웨덴은 높이를 십분 활용했다. 사이드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키려 애썼다. 쉴 새 없이 공중볼이 골대를 향했다. 골키퍼의 판단이 중요한 순간. 공중볼에 대한 조현우의 판단과 대응은 완벽에 가까웠다. 한박자 빠른 판단으로 스웨덴의 고공축구를 원천봉쇄했다. 기다릴 때는 기다리고 나와야 할 때는 과감하게 나와서 흐름을 끊었다.
선취점을 막은 동물적 감각의 슈퍼세이브도 단연 돋보였다. 전반 20분 수비수를 따돌린 마커스 베리가 노마크 찬스를 잡았다. 골키퍼와 1대1 상황. 바로 눈 앞에서 강하게 찬 왼발 슛을 순간적으로 오른다리를 뻗어 막아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순간. 선취골을 막아낸 믿기지 않는 슈퍼 세이브였다.
끝이 아니었다. 조현우는 전반 종료 직전 그란크비스트의 슛도 넘어지면서 잘 막아냈다.
0-0이던 후반 10분, 또 한번의 그림 같은 슈퍼세이브가 나왔다. 왼쪽에서 올라온 프리킥을 토이보넨이 문전에서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조현우는 또 한번 감각적인 몸놀림으로 막아냈다. 또 한번 선취점을 막아낸 선방이었다.
후반 20분, VAR 판독에 이은 그란크비스트의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조현우의 잘못은 아니었다. 월드컵 경험이 일천했던 한국 대표팀 골키퍼는 마치 수많은 경험을 한 노련한 수문장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게 조현우는 월드컵 첫경기, 아쉬운 석패에 한줄기 희망과 위로가 됐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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