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흔들리고, 가끔은 무너져도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은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그 결실이 모여 1700이닝 투구를 돌파했다.
하지만 대기록 달성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예기치 않은 만루 홈런을 얻어맞은 데 이어 승리 투수요건까지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기록 달성의 빛이 바랬다.
윤성환은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13번째 선발 등판이었다. 특히 윤성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696이닝을 던진 터라 이 경기에서 4이닝만 채우면 1700이닝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윤성환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 특히 바로 이전 등판이던 지난 13일 부산 롯데전 때는 2이닝 만에 7안타(3홈런) 8실점으로 무너진 적이 있었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윤성환은 경기 초반 매우 신중하게 투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때마침 삼성 타선도 SK 외국인 선발 메릴 켈리를 상대로 초반부터 쉽게 점수를 뽑아내며 윤성환에게 힘을 실어줬다. 윤성환은 1회를 사구 1개만 허용한 채 무실점으로 막았다. 2회에도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삼자 범퇴로 막았다. 3회와 4회도 사구 1개만 허용한 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로써 윤성환은 배영수 이후 삼성 프랜차이즈 투수로는 역대 두 번째이자 KBO리그 통산 19번째로 통산 1700이닝 투구를 채웠다. 스코어도 6-0으로 앞서 있어 일단 5회만 무사히 넘기면 통산 1700이닝 돌파와 더불어 시즌 3승째 달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욕심이 앞섰던 것일까. 아니면 굵어지기 시작한 빗줄기가 방해가 됐을까. 윤성환이 5회를 넘기지 못했다. 6점의 리드를 안고 오른 5회초. SK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이날 첫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후속 최 항에게도 또 볼넷을 내줬다. 제구력이 급격히 흔들렸다. 무사 1, 2루에서 9번타자 나주환에게 좌전 적시 2루타를 맞아 첫 실점하더니 다음 타자 노수광과는 10구 승부끝에 역시 볼넷을 허용하면서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윽고 타석에 한동민이 나왔다. 지난 4월7일 인천에서 윤성환을 상대로 홈런을 친 적이 있던 한동민은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른 끝에 만루 홈런을 뽑아냈다. 결국 삼성 벤치는 SK가 1점차로 추격해오자 윤성환을 한기주로 교체했다. 윤성환의 승리 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순간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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