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노보고르스크에 위치한 멕시코대표팀 훈련장. 현지시각 오후 3시 45분부터 훈련 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한데 훈련장 입구는 1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연히 멕시코가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었기 때문에 충분히 취재 열기가 뜨거워 수많은 자국 취재진이 몰리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급 보안검색 때문에 지친 멕시코와 한국 취재진이 늘어서 있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멕시코 훈련장 진입은 '하늘에 별 따기'였다. 우선 이 훈련장 입구에는 각 출전국 베이스캠프와 훈련장마다 있는 X-레이 검색 기계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결국 러시아 경찰들이 일일이 가방을 열어보는 방법을 택했다. 가방 안 소지품을 모두 꺼내라고 지시했다. 컴퓨터도 켜보라고 하고 물통에 있는 물도 마셔보라고 손짓했다.
게다가 입구도 1~2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데다 방송기자 또는 사진기자들에게는 영상과 사진을 일일이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테러 위험이 더 높은 경기장 보안검색보다 더 까다롭다 보니 한 사람마다 검색시간이 최소 10~15분, 최대 30분도 걸릴 수밖에 없었다.
특혜는 없었다. 멕시코 취재진도 한국 취재진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검사를 받았고 먼저 입장한 취재진은 없었다.
그러나 철통보안과 달리 스파이 통제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멕시코대표팀 관계자는 "주변에 염탐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하자 "이미 많은 사람이 건너편 건물에서 우리 훈련을 보고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건 우리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염탐 장면을 촬영한 휴대폰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멕시코대표팀은 대회조직위원회에 불만을 제기하지도 않았다. 정보전은 신경 쓰지 않는 F조 1위 다운 여유였다.
발톱을 감췄다. 한국에 대해선 칭찬일색이다. 멕시코의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는 "몇 가지 한국 경기영상을 봤다. 빠른 상대다. 전술적으로도 잘 준비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초반 선제골이 관건이다. 월드컵 우승을 원한다면 우리 앞에 있는 팀들을 모두 꺾어야 한다. 우리는 매 경기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식석상에서 상대를 존중해주는 멕시코 선수들의 자세는 본받을 만 하다. 그러나 한국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얘기한 발언인 듯 하다.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한국의 전력이 뚜껑을 열자 더 심각함이 드러났음에도 히메네스는 칭찬으로 마무리했다. 립서비스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힘키(러시아)=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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