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다.
벌써 유럽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두 시즌 연속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두 자릿수 득점도 기록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보다는 수준이 한 단계 떨어지지만 유로파리그에서도 5골(2도움)을 터뜨렸다.
빅클럽에서 러브콜도 받고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영입을 위해 구체적인 이적료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축구를 가장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이는 월드컵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황희찬은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란 미숙함을 대놓고 드러냈다.
황희찬은 이번 월드컵 두 경기를 통해 A대표 자격 미달인 장면을 수없이 연출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혀 조직력에 녹아들지 못했다. 그의 플레이는 마치 홀로 떨어진 '섬' 같았다.
18일(이하 한국시각) 스웨덴전에선 심각한 골 결정력을 드러냈다. 후반 추가시간 이재성이 상대 수비수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이겨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를 황희찬이 헤딩 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벗어나고 말았다. 수비수의 방해를 받지 않고 홀로 시도한 헤딩 슛이었다. 그러나 그의 헤딩 슛은 골대를 외면하고 말았다.
꿈에 그리던 월드컵이었다. 그것도 첫 경기였다. 긴장한 탓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은 "정말 긴장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유로파리그 4강도 그렇고 스웨덴전도 하던대로 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했다. 그런데 경기장에 와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더라. 월드컵 세 글자가 떨리고 압박감이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를 뛰면서 내가 긴장을 해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경기를 잘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역습 상황에선 손흥민과 함께 상대 진영을 휘저어야 했다. 그러나 미안함만 쌓여갔다. 황희찬은 "처음에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굉장히 날씨도 더웠고 몸이 굉장히 힘들었다. 당연히 공격수로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수비 준비를 많이 했지만 공격적으로 나갈 때는 더 힘을 내고 좋았다면 골도 넣고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했다.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씁쓸해 했다.
예방주사를 맞았다. 24일 멕시코전에선 스웨덴전보다는 발놀림이 가벼워보였다. 그러나 전반 초반 왼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좋은 크로스를 올린 것 외에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투박했다. 그의 투박함은 잦은 패스미스로 이어졌고 공격 진영에서 좀처럼 볼을 소유하지 못한 한국은 멕시코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뒤로 내준 것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2년 전에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는 스무살에 불과했다. 그러나 23세 이하 무대에서 와일드카드 손흥민과 함께 팀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그였다. 그러나 2년 만에 A대표로 거듭난 그는 전혀 A대표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월드컵이란 큰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황희찬은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였다. 그러나 더 이상 그에게 기대할 건 없는 것 같다. 소치(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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