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신태용 감독은 3가지 포인트를 줬다.
먼저 이재성(전북) 시프트였다. 이재성을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 선택이었다. 멕시코는 에르난데스, 라윤, 벨라, 로사노의 역습이 강점이다. 이들의 속도를 살려주는 것이 중앙의 에레라와 과르다도다. 이재성을 위쪽으로 올려, 높은 지점에서 부터 에레라와 과르다도를 압박하고자 했다. 공격에서는 황희찬(잘츠부르크) 혹은 문선민(인천)과 포지션 체인지를 하며, 연계에 주력했다.
두번째는 주세종(아산)이었다. 기동력을 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멕시코는 속도와 개인기가 돋보이지만, 그보다 더 눈여겨 볼 것은 가공할 기동력이다.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뛴다. 이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원에서 맞부딪힐 카드가 필요했다. 신 감독의 선택은 주세종이었다. 주세종은 중앙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기성용(스완지시티)가 전담하던 빌드업에서 힘을 보탰다. 탈압박에서 다소 아쉬웠지만, 수비에서는 이재성과 함께 압박의 축이 됐고, 공격에서는 살아나가는 패스를 공급했다.
마지막은 문선민이었다. 멕시코의 가장 큰 약점은 왼쪽 윙백이다. 공격수 출신 가야르도는 공격에서 위력을 발휘하지만, 수비는 강하지 않다. 특히 공격 전환 후 뒷공간에 약점을 노출한다. 빈공간을 잘 파고드는 문선민은 이 공간을 노리기 위해 투입됐다. 수비에서는 이 용(전북)과 함께 로사노를 막았다. 드리블이 좋은 로사노가 볼을 잡으면 어김없이 협력수비를 펼쳤다.
신 감독의 의도는 100% 맞아떨어졌다. 이 세 카드가 적중하며 멕시코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자, 손흥민을 활용한 역습도 위력을 발휘했다.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멕시코 수비라인을 올라온 틈을 적절히 노렸다. 패스도 좋았지만, 손흥민의 스피드는 역시 월드클래스였다. 멕시코 수비와 함께 달리면 어김없이 우위를 점했다.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골을 넣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전반 25분 장현수(FC도쿄)의 핸드볼 하나로 무너졌다. 다소 불운했지만, 이 파울 하나로 승부의 추가 멕시코쪽으로 기울었다. 아무리 분위기를 올려도, 수비에 대한 불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뜩이나 김민우(상주) 쪽에서 불안한 장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수들 전체적으로 부담 속에 싸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한국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날카로운 역습을 보였지만, 공격 숫자를 더 늘리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에도 역습을 이어갔다. 좋은 기회도 여러차례 만들었다. 손흥민 문선민 황희찬이 만든 역습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공격을 이어가는 상황에도, 불안했던 뒷공간이 문제였다. 후반 21분 역습으로 쐐기골을 내줬다. 물론 이전에 기성용에 대한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상대가 속도를 붙이기 전에 끊어주지 못한 것도, 접을 수 있는 상황에서 태클 한방으로 공간을 내준 것도 다 아쉬운 장면이었다.
수년간 한국축구의 발목을 잡았던 수비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 물론 교체카드도 아쉬웠다. 멕시코전에 더 유용한 카드로 여겼던 김신욱(전북)을 끝내 투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패인이 있다. 허약한 수비로는 백약이 무효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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