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국제대회가 프로 선수의 병역 탈출 해방구로 이용돼서는 안될 것 같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여곡절 끝에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엔트리가 확정됐다. 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13일 총 4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24인 엔트리를 확정지었다. 박건우(두산 베어스) 최 정(SK 와이번스) 차우찬 정찬헌(이상 LG 트윈스)가 빠지고, 이정후 최원태(이상 넥센 히어로즈) 황재균(KT 위즈) 장필준(삼성 라이온즈)가 새롭게 합류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대표팀이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어떤 선수가 뽑혔고 어떤 선수가 안뽑혔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이번 선동열호의 상황은 역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 전문가가 아닌 일반팬이 봐도 원칙이 어긋난 선발이 보이기에, 반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보다 병역 의무에 대해 민감한 나라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는다. 시간이 돈인 프로 선수들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미션이다. 그런데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국민 입장에서는, 안그래도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의 군대 혜택까지 주자며 이런 논란을 벌이는 자체에서 괴리를 느낀다. 또, 병역 미필 당시에는 태극 마크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다 군 문제를 해결하면 국가대표팀을 귀찮아하고 대충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배신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실명까지 언급할 수 없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태도를 보이는 선수들을 숱하게 봐왔다. 기자이기 이전 한 국민으로서 실망감이 컸다.
차라리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발 기준을 확 바꿔보는 건 어떨까.
금메달이 당연시 되는, 상대 국가들의 전력이 확 떨어지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프로 리그 전체가 18일 동안 쉬는 것 자체부터가 난센스다. 어차피 병역 문제 논란이 사라질 가능성은 없기에, 차라리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젊은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는 게 나을 수 있다. 물론, 리그 일정은 계속 진행되는 조건에서다. 만약, 대표로 선발된 선수가 팀 핵심 선수라 도저히 차출을 못하겠다면 거부권을 구단에 주면 된다. 그 선수 외에 아시안게임에 가고 싶은 선수는 줄을 서기에, 각 구단들이 선택을 하게 하면 된다. 나름의 투자 개념이다. 시즌 전력 약화를 감수하고 미래를 볼 것인가, 아니면 해당 시즌에 올인할 것인가를 구단과 선수가 정하면 된다.
아니면, 아예 아마추어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대학 야구 존폐 위기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예 대학 선수들 위주로 팀 구성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학 야구 선수들의 동기 부여, 대학 야구로의 자원 유입 가능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프로팀들도 병역 혜택을 받아놓은 선수가 있다면 앞순위에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니 상호 간 좋다. 고졸 선수나 프로 선수들의 혜택 문제를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고졸 선수들은 일찍부터 프로 세계에 뛰어들며 확보할 수 있는 혜택들이 있고 프로 선수는 프로 선수로서 취할 수 있는 이득에 집중하면 된다.
이런 방법들은 금메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을 때 실현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국민들이 금메달을 원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최근 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많이 너그러워져있다. 꼭 메달을 따지 못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메달을 못땄다고 '매국노' 취급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또, 국제대회에서 부진하다고 프로야구 인기가 시들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시기도 지났다. KBO리그는 충분히 자생력을 갖춰 성장했다.
4년 뒤 아시안게임도 그렇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과감한 결정을 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선동열 감독에게 금메달의 압박만 주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다. 물론, 야구인들이 후배들 생각한다며 프로 선수들의 병역 문제에만 집착하면 문제는 원점으로 회귀한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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