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사실 하나가 있다. 농구는 '단체' 스포츠다.
작게는 코트에 나서는 5명, 크게는 팀 엔트리에 있는 여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함께 전략과 전술을 구성하고 이를 실행해서 상대를 무너트리는 게 이 종목의 본질이다. 물론 개인 기량도 중요하다. 그러나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코트에 선 멤버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 여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2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 농구대표팀 '허재호'가 다시금 '농구의 본질'을 생각하고 있다. 갑자기 생긴 거대한 장애물을 넘기 위한 최상의 전술이 바로 '팀워크', 즉 조직력이기 때문이다. 8강 상대로 예상되는 필리핀 대표팀에 갑작스레 합류한 NBA 스타플레이어 조던 클락슨을 막기 위해서는 '팀의 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1대1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클락슨의 지각 합류는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여러 일들 중에 하나다. 필리핀은 당초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꾸더니 대회 조직위원회와 NBA 쪽에 매달려 클락슨의 합류까지 이뤄냈다. 대회조직위원회도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추가요청'을 또 마냥 수락하고 있다. 마치 마트 바닥에 드러누워 떼 쓰는 아이와 그런 떼를 방관하거나 마냥 받아주는 답답한 부모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표팀 허 재 감독도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겠다. 지금 갑자기 NBA 선수들을 불러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혈압 올라서 쓰러질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 주전 가드인 김선형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지난 16일 몽골전 승리 후 클락슨에 대한 질문에 "5명으로 싸워서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5명으로 이기겠다'는 말에 허재호의 핵심 전략이 담겨있다. 클락슨이 분명 대단한 기량을 지닌 NBA 스타이긴 해도, 농구는 그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없다. 물론 클락슨으로 인해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도 크겠지만, 한국이 조직적으로 이에 대비한다면 아예 못 넘을 벽도 아니다. 5명이 하는 농구를 제대로 펼쳐낸다면 클락슨 효과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 한국 남자농구가 '팀워크'를 앞세울 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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