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2년 여에 걸친 미술품 대작 사기 혐의 재판. 조영남은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한 차례 유죄 판결 받았던 것을 항소심에서 뒤집은 결과다. 이와 함께 앞으로도 작품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시작은 지난 2016년이었다. 그 해 5월, 무명화가 송 씨는 2009년부터 조영남을 대신해 수년간 그림을 그렸다고 폭로했다. 자신이 화투 그림을 중심으로 90%가량을 그려주면 조영남이 나머지를 덧칠하고 서명한 뒤 작품을 발표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검찰은 조영남이 대작 화가 2명으로부터 건네받은 21점을 17명에게 판매해 1억 6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조영남은 무죄를 주장했다. 송 씨가 그린 그림에 파이널 터치(그림을 최종으로 손 보는 것)를 하고 사인을 한 것만으로도 자신의 작품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보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콘셉트를 구상하는 이에게 저작권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그림은 '대작'이 아니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조영남은 지난해 열린 1심 선고기일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1심은 조씨에게 "피해자들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겼고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려깊지 못한 발언으로 미술계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했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영남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그리고 8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화투를 소재로 해 표현한 해당 미술작품은 조씨의 고유한 아이디어"라며 "대작 화가인 송모씨 등은 보수를 받고 조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 고유한 예술 관념과 화풍, 기법을 그림에 부여한 작가라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고 구매자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작품의 구매 동기는 다양하고, 조씨가 직접 그렸는지 여부는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부는 (조씨가 직접 그리지 않았다고 해도) 대작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며 "이는 조씨가 실제로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한 주관적 동기가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씨 등을 사용한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명백하지 않다"며 "따라서 작품 구매자들에게 송씨 등을 사용한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죄로 혐의를 벗은 조영남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 때문에 그림을 진지하게 더 많이 그릴 수 있었다. 이번 사건 후부터는 진지하게 그릴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대작화가인) 송모씨와 오모씨를 비난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은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답했다. '앞으로 작품 활동을 계속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일 재미있는 게 그림이니까 할 것"이라고 밝혔다.
joonam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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