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경기를…(울먹) 후배한테 더 좋은 혜택이 있긴 했지만…(다시 울먹)"
'사브르 황제' 구본길은 기뻐했다. 미안해 했다. 뿌듯해 했다. 감격에 젖었다. 그리고 약속을 했다. "이제 후배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기 위해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자 사브르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뒤였다.
'황제'가 '샛별'을 쓰러트렸다.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세계랭킹 2위)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사브르 결승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의 '초신성'으로 승승장구하던 오상욱(22·대전대·세계랭킹 5위)을 15대1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 1점'. 황제의 위엄과 샛별의 빛 사이에 놓인 간격. 언젠가는 지워지겠지만, 아직은 뚜렷히 남아있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었다.
두 선수 모두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구본길은 전무후무한 3연패 도전, 오상욱은 금메달 획득에 따른 '병역특례' 혜택. 한솥밥을 먹으며 정을 나눈 선후배지만, 둘 사이에는 그 어떤 타협도 없었다. 명예로운 펜서답게 피스트 위에서 오로지 '후회없는 경기'만 생각했다. 결과는 1점차 구본길의 승리.
승리 뒤에 만난 구본길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3연패가 기쁘면서도 후배의 패배에 마음이 착찹해졌기 때문이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려 했지만, 힘겹게 내리는 그의 말은 비에 젖어 있었다. 그는 "정말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었다. 후배에게는 더 좋은 혜택이 있긴 했지만…(울먹) 그냥 지금 생각이 너무 복잡하다. 기쁘지만 뭔가 마음 한편이 좋지 못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구본길은 "단체전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서 후배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개인전 때보다 더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본길은 초반 열세를 뒤집은 원동력에 대해 "이번에는 단체전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개인전 결승에 막상 오니 3연패라는 기록이 있고 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가서 생각이 나는 경기보다는 지금 당장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을 비우니 동작들이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그 덕분에 경기가 잘 풀렸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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