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부터는 지면 나가야 한다."
팀을 이끄느라 분주한 캡틴 손흥민(26·토트넘). 그는 그라운드에서도 화끈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20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조 최종전에서 후반 18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학범호는 이 결승골에 힘입어 키르기스스탄을 1대0으로 이겼다. 자칫하면 말레이시아전이 되풀이될 수 있었다. 전반전 내내 졸전이었다. 손흥민 역시 초반에는 경기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벼락 같은 슈팅을 날렸다. '월드 클래스'다운 슈팅 한 방이었다.
손흥민은 김학범호의 주장이다. 맡은 일이 많다. 식사 시간에는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후배들과 대화를 나눈다. 후배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김 감독에게 전달한다. 개인 면담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전에서 1대2로 패한 뒤에는 미팅을 통해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창피한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게 요지였다. 그 경각심이 팀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직접 골로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다급한 모습이 사라졌다.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경기는 달랐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날 승리 후에도 반성했다. 그는 "나도, (황)희찬이도 기회를 놓쳤다. 공격수로 당연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까지 부족하다. 아시아권에서 경기를 하면 이처럼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오는 경기가 많을 것이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 해주고 있다. 나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전 함께 호흡을 맞춘 황희찬의 결정력도 아쉬웠다. 손흥민은 "후반에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둘 다 반성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부분은 여기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간절한 모습이 필요하다. 희찬이의 모습에 다른 선수들이 자극될 것이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장으로 끊임 없이 선수단을 독려하고 있다. 이날 전반전이 끝난 뒤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하라고 했다. 골 넣을 선수가 많기 때문에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자고 얘기했다. 또 상대 역습만 조심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는 "아직 주장으로 부족하다"면서도 "선수들이 노력해주고 있기 때문에 솔선수범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이제 16강부터는 지면 나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내가 앞장서고 선수들도 뒤에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제는 토너먼트 경기다. 한 번 지면 김학범호의 금메달 도전은 끝이 난다. 손흥민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직접 모범을 보이려고 한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그랬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주장의 책임감은 커지고 있다.
반둥(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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