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어게인! 어게인!"
한국 여자펜싱 에페 전담 이정운 코치가 심판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강한 어조로 다시 비디오를 보자고 외쳤다. 손짓으로 비디오를 그렸고, 직접 선수의 동작을 시연해보이며 "노 터치, 비디오 어게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한번 비디오를 보고 판정을 번복한 데 이어 경고 카드까지 꺼내든 심판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바뀐 판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한국 여자 펜싱 에페팀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강영미(33·광주서구청)와 신아람(32·계룡시청)-최인정(28·계룡시청)-이혜인(23·강원도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결승에 나와 은메달을 수확했다. 중국을 상대로 끝까지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결국 28대29로 아쉽게 졌다.
최선을 다했기에 박수를 받을 만 했다. 그냥 그렇게 끝났다면 아마 여자 대표팀도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 대신 한숨과 눈물이 걸려있었다. 통한의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변경되면서 우승의 기쁨을 놓쳤기 때문이었다.
원래 한국은 28-28에서 마지막 주자 최인정이 절묘하게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상체를 급격히 낮춰 상대를 찔렀다. 득점 인정. 연장 승부라 이렇게 되면 한국의 금메달이다. 숨죽이며 최인정을 응원하던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피스트로 달려나와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금메달의 희열은 채 1분도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의 어필로 비디오 판독이 시작된 것. 뭔가 조짐이 이상했다. 한국 선수들도 환호성을 멈춘 채 초조하게 심판을 바라봤다. 비디오 판독석으로 다가가 모니터를 지켜보던 심판이 걸어 나왔다. 아마도 여자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지옥의 사자'처럼 느껴졌을 듯 하다.
심판은 한국의 득점을 무효처리했다. 최인정이 공격할 때 무릎이 먼저 피스트에 닿았다는 것. 거기서 멈추지 않고 최인정에게 경고를 줬다. 득점 무효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경고는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한국 선수들이 피스트 위에 뛰어올라 세리머니를 한 부분을 지적한 듯 했다. 그러자 이정운 코치가 다급히 심판에게 다가와 최인정의 무릎은 공격을 마친 뒤에 닿았다고, 비디오를 한 번 더 보자고 소리 쳤다. 애원하다시피 요청했다. 그러나 심판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결국 28-28에서 다시 경기가 재개됐다. 김이 완전히 샌 상황에서도 최인정은 열심히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끝내 통한의 일격을 허용하고 피스트에 주저 앉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이 코치는 다시 비디오 판독석으로 다가가 직접 비디오를 보며 심판에게 어필하려 했다. 그러나 공허한 외침이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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