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의 '중원 사령관' 황인범(22)이 팀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3일 인도네시아 버카시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에서 황의조와 이승우의 골을 묶어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주목할 점은 확 달라진 대표팀의 전력이었다. 멤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패스 플레이와 골 결정력에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중심의 한축에 황인범이 있었다.
황인범은 조별리그에서도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전(1대2) 패배 당시에는 잦은 패스 미스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을 이끌 미드필더 중 가장 믿음직한 카드라는 점은 변함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황인범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지배했다. 게다가 전방을 향한 침투 패스는 일품이었다. 전반 40분에 나온 황의조의 골을 왼쪽에서 패스해 어시스트했다. 그 공격의 출발점 역시 황인범이었다.
황인범은 경기 직후 "지금 드는 생각은 너무 힘들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오늘은 진짜 모든 선수들이 11명이 아니라, 20명이 하나가 돼서 다 같이 했던 게 승리의 주된 원인이었다"면서 "감독님이 전술적으로 압박을 많이 요구하셨다. 선수들끼리 미팅을 하면서 지금까지 부족했던 모습을 이번 경기,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점점 없애버리자. 하나가 되자. 이런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선 포지션 간의 패스가 매끄럽지 않았다. 김 감독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황인범은 "예전부터 맞춰 온 선수는 (황)희찬이, (나)상호 정도다. 그래도 워낙 능력이 좋은 공격수들이 많아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도 몇 번 좋은 장면은 나왔다. 하지만 더 세밀함을 가다듬어서 질 좋은 패스를 넣어줘야 할 것 같다. 실수도 있었다. 분명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대회다. 더 집중력을 가지면, 좋은 패스를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끊임 없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이란전을 앞두고도 말로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황인범은 "준비하면서 가장 와 닿았던 감독님의 말은 '좋은 공격수들이 많지만 모두가 주연이 되려고 하면 안 된다, 각자 위치에서 20명의 선수가 조연이 돼서 도와준다는 생각만 하면 좋은 찬스가 올 것'이라고 하셨다. 그게 맞는 말씀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그게 좋은 장면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아시안게임은 특별한 대회다. '병역 면제' 혜택 뿐 아니라,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황인범은 이들과 함께 최고의 추억을 만들고자 한다. 그는 "이런 기회는 한 번 뿐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는 건 선수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서로 하는 얘기가 '남자들끼리 모여서 멋있는 추억 하나 만들어야 하지 않냐'였다. 앞으로도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학범호는 27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우승을 향한 최대 고비다. 그러나 황인범은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이형이 미팅을 했는데, 1월에 1대4로 진 게 말이 되냐. 박살을 내서 갚아줘야 하지 않냐고 하셨다. 그 때 멤버가 몇 명 있지만, 지금은 새로운 선수들이다. 오늘 같은 간절함으로 하나가 돼서 뛴다면 쉬운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버카시(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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