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으로 꼭 이기겠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주전가드 김선형은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의 '언행일치'는 결국 한국 남자농구를 아시안게임 4강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한국은 27일 자카르타 GBK 농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8강전에서 난적 필리핀을 상대로 91대8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4강에서 이란-일본전 승자와 만나게 됐다. 이날 필리핀전 승리가 더욱 극적인 이유는 바로 '조던 클락슨이 있는' 필리핀을 이겼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간판 가드인 클락슨은 이번 아시안게임 필리핀 농구 대표팀에 갑작스럽게 합류하게 됐다. 그리고 폭발적인 기량을 보이며 필리핀을 8강으로 순조롭게 이끌었다.
객관적인 기량상 한국 선수가 클락슨을 1대1로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점은 김선형도, 허 재 감독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선형은 기가 죽지 않았다. 지난 16일 몽골전 승리 후에 한 말이 있다. 그는 당시 클락슨과의 대결에 관해 "5명으로 싸워서 꼭 이기겠다"고 했다. '5명으로 이기겠다'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클락슨 개인의 기량이 뛰어나도 그는 한 명이다. 뒤늦게 필리핀 대표팀에 합류해 그와 다른 선수의 연계 플레이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결국 영민한 김선형은 조직력 있는 수비로, '5명이 하는 농구'의 힘으로 클락슨을 이겨보겠다고 다짐하 것이다. 이는 허 감독의 계획이기도 했다. 결국 한국은 맨투맨 수비 대신 드롭존 디펜스 등 여러 변형 지역방어로 클락슨을 혼동에 빠트렸다.
이에 대해 김선형은 "클락슨이 있는 필리핀을 이겨 너무 기쁘다. 확실히 그 선수 하나 때문에 나머지 필리핀 선수들이 살아나곤 해서 매우 힘든 경기였다. 그래도 중요한 경기를 이겨 기분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이날 근느 32분59초를 뛰며 3점슛 2개 포함 17득점에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리바운드도 7개나 잡았다. 전반에는 수비에 집중하느라 2득점-4어시스트에 그쳤으나 후반에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같은 플레이에 대해 "아무리 NBA 선수라도 2~3명이 계속 붙으면 어쩔 수 없다. 우리 지역방어를 뚫으려고 클락슨이 3점슛을 시도했는데, 초반에 안 들어가니까 리듬이 깨진 것 같다"면서 "후반에는 상대 수비가 라건아에게만 몰리니까, (이)정현이 형과 (박)찬희 형이 적극적인 2대2 공격을 제안했다. 그게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선형은 4강전에 대한 각오도 덧붙였다. 이란-일본전 승자인데, 이란이 유력하다. 김선형은 "이번 이란팀은 내가 본 역대 최고 멤버 같다. 2014년 이후 계속 졌는데, 그래도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이긴 적도 있으니까 붙어봐야 (결과를)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배짱을 드러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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