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외면했고, 분석은 미미했다. 발상의 전환 같은 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신선함과 책임의식, 역동성이 사라졌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야구가 대만에 패한 이유다.
한국 야구가 또 대만에 졌다.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예선 1차전에서 1대2, 충격적인 1점차 패배를 당했다. 팀의 에이스 양현종을 투입하고도 진 것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1점차라고 "아까웠다"거나 "운이 없었다"는 식으로 미화할 게 아니다. 이번 패배는 12년전 '도하 참사'때의 악몽에 비견될 정도로 허무하고 비참한 패배였다.
이날 한국 에이스 양현종에 맞서 5이닝 동안 4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우셩펑은 대만 실업야구 합작금고은행 소속의 실업선수다. 세미 프로급 선수에게 한국의 수십억짜리 고액 연봉 타자들은 맥없이 당했다. 이정후(1안타 1볼넷)와 안치홍(2안타) 김재환(1홈런) 정도가 겨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이런 부진의 결정적 이유는 경기 후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선 감독은 이날 대만 선발에 대해 "예측 못했던 투수"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초반에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면서 나중으로 갈수록 타자들의 타이밍이 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는 선수 핑계다. 기본적으로 우셩펑에 대해 '예측 못했던 투수'라고 말한 것 부터가 이번 대표팀이 얼마나 안일하게 상대를 준비하고 분석했는 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미 나라별 대표팀 엔트리가 알려져 있기 때문에 선수 개별 기량은 충분히 파악해둘 수 있다. 우셩펑이 선발로 나올 줄은 몰랐을 수 있어도 '모르는 투수'일 순 없다. 이건 대표팀 전력 분석이 아무런 역할을 못 해냈거나, 혹은 그들이 정성껏 만든 자료들을 선 감독이 아예 읽지도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선발 공개와 타순 조직 과정에서도 선 감독은 실수가 많았다. 선 감독은 "대회 규정에 따르겠다"며 계속 대만전 선발 투수 발표를 감췄다. 하지만 이런 연막작전이 통하려면 상대에 '깜짝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심어줘야 한다. 하지만 선 감독은 말만 안했다 뿐 좌완 양현종이 선발임을 여러 정황으로 노출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미 '새로운 시도'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 되어버렸다. 타순 역시 예전 스타일의 '좌우놀이'에 맞췄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대만은 여러 카드를 놓고 분위기를 조율하다가 가장 한국전에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썼다. 모름지기 '연막 작전'은 이렇게 써야 한다. 게다가 타순 역시 미리 양현종에 맞췄다. 그러나 선 감독은 그저 현역 때처럼 '상대 퇸손투수=왼손타자 기용'등의 단순한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패배는 여정된 결과라고 하지만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 결국 이 패배는 한국 선수들이라기 보다는 '벤치'가 진 셈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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