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한국 야구대표팀이 대만에 패한 걸 '우연'이라거나 '운이 나빠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허구연 MBC해설위원의 SNS를 찾아보기를 추천한다. 거기에 힌트가 있다. 대만의 승리는 우연이 아닌 필연, 철저한 준비와 분석에 기반한 정당한 결과물이었다.
지난 28일 낮 12시(현지시각)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는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B조 예선 최종전이 펼쳐졌다. 상대는 홍콩이었다. 이 경기가 펼쳐진 GBK 야구장에서 막 경기가 시작됐을 때 허구연 위원과 만했다. 알고보니 허 위원은 이날 아침 GBK 야구장에서 차로 약 1시간 가량 떨어진 라와망운 야구장에 다녀왔던 것. 해설 준비를 위해 아침 9시부터 열린 일본-태국전을 관전하고 왔다. 일본은 30일부터 시작되는 슈퍼라운드에서 우리가 처음 만나는 상대다. "일본의 타격이 장난 아니다.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다"고 말하는 허 위원의 표정이 심각했다. 일본은 이날 홈런 6개를 앞세워 태국을 24대0, 5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3전 전승, A조 1위다.
그러나 정작 허 위원의 표정이 심각해진 건 일본의 매서운 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SNS를 열어 동영상을 보여줬다. 일본-태국전을 관전하기 위해 온 사람은 허 위원만이 아니었다. 대만 팀의 전력분석원들이 3명이나 먼저 자리를 잡고 일본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던 것이다. 이들은 비디오카메라와 전력분석용 노트북으로 무장한 채 꼼꼼히 일본 타자들의 스윙과 투수들의 특징을 기록하고 있었다.
굳이 허 위원이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금세 이해가 됐다. 대만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일본을 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 지가 그 영상으로 설명이 된다. 대만 대표팀은 이미 지난 6월부터 한 팀으로 모여 미국과 네덜란드, 체코, 일본 등을 떠돌며 훈련을 했고, 중소규모 국제 대회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늘 아시아권에서 '3인자' 자리에 머무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다.
그 결과가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만은 B조 예선에서 3전 전승을 따내며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특히 한국과의 예선전에 승리해 결승전 진출 가능성이 한국보다 높아졌다. 이 결과는 결국 많은 투자와 오랜 노력의 산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허 위원은 개인 SNS에 대만 전력 분석원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며 '왜 한국에 이길 수 있었는지'라는 문구를 태그 했다. 이를 허 위원만의 개인적 소감이라 볼 수 없다. 참고로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종열 SBS해설위원 한 명에게 전력 분석을 일임했다. 결국 그런 차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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