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26·토트넘)이 역대 최강의 공격진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김학범호는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이승우의 멀티골에 힘입어 3대1로 이겼다. 이날 김학범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줬다. 그동안 측면 공격수로 활용했던 손흥민을 2선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대신 스리톱으로는 이승우-황의조-황희찬을 세웠다. 결과는 훌륭했다. A대표팀급 공격수들이 모두 출전한 만큼, 화끈한 골잔치가 열렸다. 손흥민의 움직임과 희생도 빼놓을 수 없는 승리 요인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사이다'같은 슛 한 방으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공격이 답답하던 상황에서 손흥민은 원더골로 대회 첫 골을 신고했다. 이후 골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손흥민의 가치는 득점 여부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는 23일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뒷 공간이 빈 상황에서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를 했다. 끊임 없이 상대를 압박했다. 경기 막판 김진야가 무릎 타박상을 입자, "내가 수비를 할테니 위치만 잡아달라"고 했다. 그 정도로 절실한 마음을 갖고 뛰었다.
이어 만난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전에선 손흥민의 번뜩이는 패스가 빛을 발했다.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선 2도움을 기록했다. 황의조에게 정확한 패스를 공급했고, 황의조는 골로 보답했다. 동갑내기 와일드카드가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베트남전에선 이전과 다른 임무를 부여 받았다. 황인범을 대신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 것이다. 효과는 컸다. 손흥민이 2선에서 공을 잡으면 베트남 선수들이 견제했다. 그러면서 공간이 생겼다. 게다가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28분 한 템포 빠른 킬패스를 황의조에게 찔러 넣었다. 수비 라인을 뚫은 황의조는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공을 가볍게 골문 안으로 차 넣었다. 손흥민-황의조의 조합으로 다시 한 번 웃었다.
손흥민은 "나 말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뒤로 내려오면서 베트남 선수들이 나를 견제하고,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영리하게 그걸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황)의조가 골 감각이 너무 좋아서 패스만 줘도 골을 넣고 있다. 나는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 없다. 감독님이 믿고 그 포지션에 내보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김학범 감독 역시 베트남전 승리 후 "손흥민은 득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신적 지주이고, 팀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선수다. 미드필더 뿐 아니라 좌우 측면과 스트라이커 등 어느 자리든 소화할 수 있다. 개의치 않고 기용할 수 있는 선수다"라며 반색했다.
손흥민의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잦은 기회가 오고 있다. 대신 측면 공격수로 나선 이승우도 펄펄 날고 있다. 이승우는 베트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그는 "서로 공격들 간의 믿음이 있다 보니, 매 경기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것 같다. 믿음이 가장 컸다"고 했다. 손흥민을 주축으로 한 '국대 공격진'은 파괴력이 대단하다. 이승우는 "우리가 다 같이 뛰면 상대가 불리할 것 같다. 모두 위협적인 선수들이다 보니 다 같이 뛰면 상대가 위협을 느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대회를 치르면서 최적의 공격 조합을 찾았다. 여기에 손흥민의 역할에 변화를 주면서 다시 한 번 도약했다. '만능 주장' 손흥민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보고르(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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