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전력만 남았다.
현대건설이 지긋지긋한 연패 지옥에서 먼저 벗어났다. 현대건설은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 완승을 거뒀다. 개막 후 11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현대건설은 감격의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현대건설은 '주포' 알레나 없이 경기를 치른 인삼공사를 몰아붙이며 승리를 챙기는데 성공했다.
이제 시선은 남자부 한국전력에 쏠린다. 현대건설과 함께 수원을 연고로 쓰는 한국전력은 개막 후 13연패를 당했다. 물론 경기 내용은 한국전력이 앞섰다. 무기력했던 현대건설과 달리 매경기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몸을 아끼지 않는 끈끈한 수비와 외국인 공격수급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는 서재덕을 앞세워 승리 문턱까지 간적도 여러차례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빅3'와도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여전히 승리는 요원하다. 더 큰 걱정은 반전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새로운 외국인선수 교체카드가 있었다. 현대건설은 베키의 부상으로 주 공격수 없이 초반을 보냈다. 새롭게 데려온 마야가 적응하며 현대건설은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이다영의 불안한 토스가 여전히 걱정이지만, 그래도 전처럼 무기력한 패배는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한국전력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다. 리그 개막도 하기 전에 짐을 싼 사이먼 대신 데려온 아텀은 떨어지는 기량에 설상가상 부상까지 겹치며 이탈했다.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토종으로 라인업을 꾸릴 수 밖에 없는 한국전력은 매 경기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서재덕이 라이트, 김인혁 최홍석이 레프트에 자리한 현재의 라인업이 한국전력이 쓸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경기력은 괜찮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바탕으로 버티는 배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서재덕 김인혁 쌍포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작 버티다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무리를 하지 못한다. 점수를 올려줄 때 올려주지 못하니 제 풀에 지쳐버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철수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수차례 언급했다. 역시 외인부재가 결정적이다.
한국전력의 계속된 연패는 V리그의 흥행 가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몇년간 배구가 농구를 넘어 겨울스포츠의 맹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평준화였다. 누가 만나도 매 경기 승패를 알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어느 한쪽이 계속해서 패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이 구도가 깨진다.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시합에는, 당연히 관심도가 떨어진다. 실제 올 시즌 수원의 팬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리그 전체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셈.
한국전력은 7일 홈에서 OK저축은행을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과연 한국전력은 첫 승을 챙기며 '민폐구단'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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