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몇 십만원이 아깝지 않았어요."
'황금장갑'.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가장 꿈꾸는 상이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주전급 선수라도 이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은퇴할 수도 있다.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단 1명(외야수는 3명)에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올해 프로 입단 10년차가 된 두산 베어스 허경민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 상을 원했다.
원한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는 점도 허경민을 들뜨게 했다. 두산 주전 3루수로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며 팀 공헌도나 개인 성적 면에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 했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해 이전까지는 최 정(SK)이나 송광민(한화) 김민성(넥센) 이범호(KIA) 황재균(KT)등 쟁쟁한 선배에 비해 이름 값 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 면에서 뒤졌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허경민은 올해 133경기에 나와 타율 3할2푼4리에 167안타 10홈런 79타점 수비율 0.978을 기록했다. 경쟁력이 충분히 있었다.
특히나 골든글러브는 허경민이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품었던 목표였다. 허경민은 "10살때부터 20년 동안 골든글러브를 타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꼭 시상식 현장에 오고 싶었다.
그런데 난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골든글러브 시상식 이틀전이던 지난 8일에 결혼을 한 것. 예정대로라면 결혼식을 마친 뒤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허경민은 고민을 거듭했다. 참석하느냐, 마느냐. 만약 불참 상태에서 상을 받으면 부친이나 조성환 코치에게 대리수상을 부탁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설령 상을 못 타더라도 유력 후보가 된 상황에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예비신부에게도 밝히고, 양해를 구했다.
예비신부의 허락까지 받은 허경민은 신혼 여행일정을 바꿨다. 그 과정에 몇 십만원 정도의 위약금이 발생했다. 그러나 허경민에게 이 정도의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몇 백 만원이었더라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소년 시절부터 꿈꿔왔던 골든글러브 무대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과감한 선택이 옳았다. 허경민은 1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당당히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허경민은 "어릴 적 꿈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 상을 계기로 더 큰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내년에도 또 받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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