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은 작전타임 때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 곤욕을 치렀다. 지난 12일 열렸던 전주 KCC 이지스전. KGC는 연장 접전 끝에 옛 동료였던 이정현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109대111로 석패했다. 이날 손에 땀을 쥐게 한 경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슈가 됐다. 김 감독이 작전타임 때 실수를 하고 들어온 박형철에게 "일부러 그랬지"라고 질책을 한 것이다. 일부러 실수하는 선수는 없다. 그래서 이 한마디가 박형철에게 비수가 될 듯이 보였고, 많은 농구팬들은 김 감독이 너무 잔인했다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었다. 이 경기 승부처마다 중요한 3점슛을 성공시켰던 베테랑 기승호에게도 호되게 질책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이 선수들을 혼내는 건 늘 있어왔던 일다. 특히, 감독의 전략과 전술이 경기 내내 선수들에게 주입돼야 하는 경기 특성상, 농구 감독들은 더 열을 낸다. 그렇다고 감독들이 특정 선수가 미워 화를 내는 것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을 강하게 키우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지도 방법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박형철 논란에 대해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김 감독은 "내 선수인데, 마음 다치라고 그런 말을 했겠나. 하지만 나도 그 장면을 돌려보니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앞으로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더 생각하고 말을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기량은 충분한데, 전 팀에서 백업으로 거의 못뛰었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선수가 충분히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자신있게 해내지 못하자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꺼낸 것 같다"고 돌이켰다.
김 감독은 KCC전을 마치고 미팅을 소집해 선수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믿음도 있었다. 평소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주고받는 김 감독이고, 주전급 보다는 백업 선수들에게 더 신경을 쓴다. 격 없이 소주 한잔 하며 선수들의 고민도 많이 들어준다. 외부에서는 그 말 한마디에 주목을 했지만, 선수들이 충격을 받기 보다는 이 논란을 계기로 더욱 강해지기를 바랐다. 박형철도 김 감독이 어떤 스타일인줄 알기에 그 코멘트 자체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후문. 김 감독은 "오히려 그런 일이 있고 나니 선수들이 운동하는 분위기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KCC전 이틀 뒤 바로 열린 원주 DB 프로미전에서 오세근-양희종 간판 선수들이 빠지고도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공교롭게도 박형철, 기승호였다. 김 감독은 "너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만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은 늘 기회가 있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은 한 단계 더 올라서지 못하면 도태된다. 나는 그렇게 직장을 잃는 선수를 보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현재 우리 팀 사정상 백업,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팀으로도 이 선수들이 더 성장을 해줘야 향후 몇 년 동안 튼튼한 전력을 갖출 수 있는 강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기본적인 마인드는 그대로 유지하겠지만, 나도 선수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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